[기고]희망교실 2.0, 광주교육의 희망을 되살려야 한다

정성홍 광주전남시민연대 상임대표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2025년 09월 10일(수) 18:01
정성홍
광주교육에는 몇 해 전까지 ‘희망교실’이라는 특별한 교육복지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을 담임 교사가 일대일 멘토로서 지원하여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광주형 교육복지 사업이었다.

2013년 전국 최초로 도입된 이래 20만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했고, 학생과 교사 만족도가 98점에 이를 정도로 현장의 호응이 높았다. 문화·스포츠 체험부터 심리 상담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우울감을 덜어주고 친구 및 교사와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 이 프로그램은, 관계 중심의 정서 지원이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준 성공 사례였다. 지역 사회의 387곳 가게와 기관이 ‘희망기부 가게’로 협약해 재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학생들을 뒷받침한 점도 민·관 협력의 모범이 되었다. 희망교실은 단순한 학습 지원을 넘어 아이들에게 “넌 혼자가 아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교육 현장 중심 복지정책이었다.

그러나 현재 광주시교육청의 정책 변화로 이 소중한 희망교실이 자취를 감추었다. 실제로 몇몇 헌신적인 교사들은 사비를 털어서 멘토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930여 명의 교원(그중 72명은 교장)에 이르는 현장 교육자들이 희망교실 복원을 요구하며 서명에 동참한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방증한다. 이제 광주교육은 잃어버린 정서적 안전망을 어떻게 회복할지 답해야 할 때이다.

나는 그 답으로 ‘희망교실 2.0’을 제안한다. 희망교실 2.0은 학생들의 정서·관계·학습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업그레이드된 교육복지 구상이다. 회복탄력성, 생태체계이론, 회복적 정의와 같은 철학을 학교 현장에 접목해 한층 진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먼저 회복탄력성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마음의 근력이다. 학생들이 실패나 좌절을 겪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책무라면, 희망교실 2.0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학생 스스로 삶의 의지를 키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 생태체계적 접근은 한 아이를 둘러싼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모든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관점이다. 학교안 상담교사와 사회복지사, 지역 아동복지 기관이 연계하여 학생을 다각도로 지원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회복적 정의는 학생의 문제 행동이나 갈등에 대해 처벌보다는 대화와 화해로 관계를 회복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희망교실 2.0에서는 이러한 회복적 생활교육 기법을 활용해, 학생들이 정서적 어려움뿐 아니라 학교 폭력이나 교우 관계 문제까지 안전하게 털어놓고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정서 지원, 관계 형성, 학습 도움을 분리되지 않도록 통합하여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것이 희망교실 2.0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희망교실 2.0을 현실에 안착시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재정 측면에서 예산 구조의 개선과 안정적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운영 절차의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 희망교실이 일부 교사들의 선의에만 의존했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참여 교사의 모집과 학생 대상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셋째, 성과 평가와 환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업의 효과를 정량적·정성적으로 모두 측정하여 꾸준히 개선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출석률 변화, 학교생활 만족도, 학업 의욕 향상 등 객관적 지표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멘토 교사와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잘된 점과 부족한 점을 분석하여 다음 해 계획에 반영하는 피드백 체계를 갖춘다면 희망교실 2.0은 살아있는 정책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물질적 지원과 더불어 정서적 돌봄까지 놓치지 않는 교육복지, 그것이 광주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길이라고 믿는다. 희망교실 2.0을 통해 다시 한 번 광주교육의 희망을 힘차게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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