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국토서남권 관문 공항 이대로 좋은가

이성오 서울취재팀장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2025년 09월 14일(일) 18:44
전북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안전성과 환경적 영향에 대한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8077억 원 규모의 ‘새만금 국제공항’의 사업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비록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올해 안에 착공해 2029년에 개항하려던 공항 건설 계획은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군산 주민과 시민단체 등 1297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토부가 항공기의 조류 충돌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공항 부지와 인근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새만금공항 부지의 연간 조류 충돌 예상 횟수는 최대 45.92회(반경 13㎞ 기준)로 인천국제공항(2.99회), 군산공항(0.048회)의 수십~수백 배다. 지난해 12월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하며 참사가 발생한 무안 국제공항(0.072회)의 637배에 달한다.

무안국제공항의 재개항은 더뎌지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은 국토부가 12·29 참사 이후 3개월(1월·4월·7월) 단위로 폐쇄 기간을 연장해왔고, 최근에는 다음 달 10일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로컬라이저 개선공사 등 안전시설 설치와 보완은 물론이고 유가족들이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어 연내 재개항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실제 로컬라이저 개선사업은 유가족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둔덕 철거 및 교체작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가족들은 재개항에 앞서 최소한 사고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법적 조치 등을 선행하고 개선된 항공시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은 새로 건설 중인 새만금국제공항과 ‘국토 서남권 관문공항’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무안국제공항 입장에서 보자면 광주 민·군 공항이 모두 이전해 체계를 갖추고 활성화를 이루지 못한 상황인지라, 어찌 보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이 늦어지는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만금국제공항 앞에 닥친 여러 가지 차질과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전북의 정치권과 다수 지역민들은 공항 건설에 차질은 있을 수 없다며 올해 안 착공을 몰아붙이고 있다.

호남 지역민 입장에서는 무안공항이든 새만금공항이든 서남권 관문공항이 두 곳이나 생기게 되고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되니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호남의 중심인 광주광역시에서 이동 거리를 따지면 두 공항 모두 1시간 안팎에 위치한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하고 인구가 소멸하는 호남에 두 개의 관문공항이 필요한가를 물으면 당장 ‘예’라고 답하기 어려워진다.

새만금국제공항은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김제공항이 항공 수요가 과다 예측됐다며 감사원 감사로 인해 무산된 이후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되며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됐고, 기본 계획이 확정됐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 8월 사업 필요성을 재점검하겠다며 중단했지만, 지난해 7월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진행한 사업 적정성 검토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재개됐다.

무안국제공항은 낙후된 국토 서남권 개발의 축이고,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전북이 오매불망 고대하는 새만금단지 개발의 핵심이다.

서남권에 관문공항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건설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고 하겠지만, 세계로 향하는 관문이 될 사회간접자본 구축과 함께 어떻게든 지역발전을 일궈 보겠다는 지역민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전국 공항 15개 곳 중 11곳이 지난 10년간 만성 적자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가덕도, 대구·경북, 제주 2공항 등을 짓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두 국제공항이 성공하려면 제대로 된 지역개발사업 프로젝트가 연계돼야 한다. 무안공항 활성화와 새만금공항 신규 건설은 갈수록 쇠락하며 수도권에 밀려나고 있는 지방을 다시 부흥시킬 복안이 뒷받침돼야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두 관문공항의 역할도 나누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제 와 하나를 포기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교통망이 잘 연계된 무안공항을 서남권허브공항으로 활성화하고 새만금공항은 미래모빌리티사업 실증기지로 건설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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