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돌보는 마음"…서구 안심 등굣길 ‘호응’

농성2동 통장들 봉사활동…매일 아이들 안전 책임
지역민들 "불안감 해소…더 많은 지역으로 퍼지길"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5년 09월 15일(월) 17:59


최근 초등학생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광주 서구가 특별한 ‘안심 등굣길’ 조성에 나서 호응을 얻고 있다.

15일 오전 광주 서구 농성동 한 주택가.

분홍색 옷을 입은 어르신 3~4명과 가방을 멘 초등학생 10여명이 모이기 시작했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어르신의 인솔에 따라 하나둘씩 발길을 옮겼다.

이동 중에는 어르신들이 학생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눴다.

출발 20여분 만에 발걸음이 멈춘 곳은 농성초등학교였다.

학교 앞에 이르자 교문을 들어선 학생들은 어르신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고, 어르신들은 ‘학교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한 어르신은 학생이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이 어르신들은 농성2동 행정복지센터가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세대공감 안심등굣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통장들이다.

이 사업은 당초 저학년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 환경 조성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자발적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 마련됐었다.

농성초등학교까지 이동하는 길목에는 왕복8차선 대남대로가 위치해 있어 초등학생들의 등굣길에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15명의 통장들이 3~4명씩 매일 번갈아 가면 12명의 아이들의 등굣길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일부 통장들 중에는 배정된 날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보기 위해 모임 장소에 나오기도 한다.

이 사업은 최근 전국에서 아동·청소년을 노린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르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통장들도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다.

한 통장은 “운동도 할 겸 손주들을 본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 아이들과 등굣길을 함께하고 있다”며 “타 지역에서 유괴 미수사건도 발생하고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안심 등굣길은 단순한 통학 지원을 넘어 이웃 간 공존과 상생을 실천하는 뜻깊은 활동이다”며 “통장들의 연대와 협력으로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학부모들에게는 안심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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