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저항의 역사 '우토로' 광주예술가들 보듬다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 내달 10일부터 한달 간 진행
도시샤대학서는 윤동주의 독립정신 새기며 걸개그림 선봬
전시·공연 등 ‘다채’…홍성담 전정호 김원중 등 현지서 활동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9월 16일(화) 18:40
윤동주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우토로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형상화한 생명평화미술행동의 ‘피어라! 민들레’
하필 우토로였을까. 우토로는 일본 속 재일조선인 마을이다. 교토하면 일본의 옛 수도가 있던 곳으로, 특정 집단이나 민족이 신이나 신적 존재로부터 선택받았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타 집단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의식이나 사상을 지칭하는 선민의식이 가장 강력한 곳이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이주민들에게는 가장 차별과 억압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그런 곳이 교토다. 그럼에도 재일조선인들이 그 교토 인근에 자리잡은 것은 미스터리다. 1945년 일본 패전으로 버려진 마을로 식수나 전기 등 기반 시설이 아무 것도 없어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 우토로였다. 1980년대 부지 등 소유권자가 바뀌면서 퇴거할 위험에 내몰렸지만 모금운동을 진행해 2011년 마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토지를 매입하면서 그나마 근심을 덜 수 있게 됐다. 다큐영화 ‘60만번의 트라이’나 예능 ‘무한도전’, 광복 60년 특집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 등 영상물로도 소개되면서 차별과 억압의 상징의 대명사가 됐던 곳이 우토로다. 광주에서도 이곳 우토로의 아픈 역사에 공감하고 이를 조명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다.

올해 종전 80년, 광복 8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10월 10일 오프닝 행사를 시작으로 11월 10일까지 일본 교토 일원에서 진행될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예술감독 유재현, UAF실행위원회)가 그것으로, 오랫 동안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써온 홍성담·전정호씨 등 5명 작가, ‘직녀에게’로 널리 알려진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앞장서온 가수 김원중씨 등이 함께한다.

‘이주, 정착, 그리고 희망- 땅과 대륙 사이의 삶’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전시와 각종 부대행사가 이뤄질 이번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은 출생지를 떠나 가난과 차별 속 삶의 터전을 일구는 재일동포의 도전과 저항, 회복력에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

지난 11일 전남대 김남주홀에서 진행된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 전시에 참가하는 홍성담 작가가 생명평화미술행동의 ‘피어라! 민들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교토지역의 ‘우토로평화기념관’, ‘괴테 인스티투트 빌라카모가와’, ‘도시샤대학’의 의미를 서로 연계할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은 우토로 마을의 역사성과 차별, 고난을 인지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고 공생을 모색한다. 이를테면 이주와 정착, 공생이라는 세 키워드를 실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재일동포의 도전과 저항으로부터 5·18광주민중항쟁의 대동정신까지 공통분모를 추출하는 동시에 두 공간의 아픔에 대한 치유에 대해 서사를 통해 예술로 잇는 공감을 유도하고, 반전과 평화, 공생이라고 하는 아시아적 연대의 실천 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우토로평화기념관, 괴테 인스티투트 빌라카모가와, 도시샤대학을 무대로 전세계에서 온 총 12개 팀의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 14점이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봄의 선언’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끼바위쿠르트(‘누가 마을을 잊었는가’), 재일코리안 3세 아티스트인 하전남(‘근소한 차이의 공간’) 내년 광주에서 전시가 추진 중인 테루야 유켄(‘먼 곳에서 온 퍼레이드’), 윤동주를 일본에 소개한 이바라키 노리코의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모티브로 작업한 기슬기(‘우리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생명평화미술행동 소속 작가들인 홍성담 전정호 홍성민 박성우 박태규 전혜옥씨 등 6명이 재일동포이주사를 형상화한 10m, 11m 크기의 대형 걸개 연작 ‘피어라! 민들레’ 2점을 우토로 평화기념관과 도시샤대학에 설치, 전시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번 걸개그림 설치는 도시샤대학 내 윤동주 동상 뒤에 설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의미를 더한다. 다양한 서사를 통해 우토로의 아픈 역사를 형상화해 드러내 보이는 것은 일본의 한때 치부를 내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음에도 도시샤대학에 걸개가 설치되는 것으로, 거의 보기 드문 풍경이라고 한다.

지난 11일 진행된 ‘우토로 아트 페스티벌 2025’ 전시에 참가하는 가수 김원중씨가 일본 현지에서 들려줄 ‘직녀에게’ 등 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페스티벌 기간 동안 오프닝 렉처·퍼포먼스를 시작으로 공개강연, 도시샤대학 후소칸 윤동주 시비 헌화식과 대공연 ‘결-이어지는 마음’, 국제학술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대공연 ‘결-이어지는 마음’ 무대에는 100여 명의 예술가와 일본·조선학교 학생들이 함께 하는 가운데 가수 김원중이 ‘바위섬’, ‘엄마 안보고 싶었어?’, ‘직녀에게’,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 등 대표곡을 들려준다. 일본가사와 한국가사로 ‘소원’을 함께 부르며 대미를 장식한다.

생명평화미술행동 소속의 광주 작가들은 10월 8일 출국해 현지서 활동을 펼친 뒤 12일 귀국할 예정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58015619517289027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16일 22:5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