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교권과 소통, 두 개의 축 위에서 아이를 키운다

박병진 금구초등학교 교장·교육학박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9월 17일(수) 17:05
박병진 금구초등학교 교장·교육학박사
[아침세평]교권과 소통, 두 개의 축 위에서 아이를 키운다



최근 학교 현장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끊임없는 소송 제기로 인해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일부 사례는 언론을 통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으며, 교사의 정당한 지도 행위조차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결과 교사들은 위축되고, 학교 현장은 긴장과 불신으로 가득하다.

필자 역시 교장으로서 이러한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교권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제도적 대응과 사회적 지지의 필요성을 깊이 공감한다. 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어야만 아이들의 학습과 성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권 보호를 이유로 모든 학부모를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간주하고 소통을 단절하는 태도는 교육 공동체를 위태롭게 한다.

실제로 학교를 믿고 협력하려는 일반 학부모들은 대부분 교육에 관심과 책임감을 가진 이들이다.

극소수 악성 민원 사례를 전체 학부모로 일반화하면,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게 훼손된다.

교사들이 상담과 면담을 회피하며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순간,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교육의 본질이 위협받게 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느끼는 불만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부 교사의 범죄나 비위 사건은 학부모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줬고, 교권 보호 명분으로 학교 방문이나 담임 교사 면담이 과거보다 까다로워진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생활과 학습에 대한 정당한 관심을 표출하고 싶은 학부모에게, 학교의 소극적 대응은 ‘소통의 단절’로 인식되기 쉽다.

이러한 불신은 학부모와 학교 모두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교육 환경을 경직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첫째, 악성 민원과 명백한 교권 침해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교사가 정당한 교육 행위를 방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교권 보호는 교사 개인의 권리를 넘어, 교육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토대다.

둘째, 학부모와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는 학부모를 교육 파트너이자 아이의 성장을 함께 책임지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의 문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

정기적인 상담, 투명한 학사 정보 제공, 학부모 의견 경청 등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교육적 신뢰를 쌓는 핵심 방법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 모델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교육은 혼자 할 수 없는 공동 작업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등을 돌릴 때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것은 아이들이다.

따라서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에는 단호히 맞서되, 학부모와의 협력적 관계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교권 보호와 학부모와의 소통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실현해야 할 두 축이다. 이 두 축이 흔들릴 때 학교 공동체는 위태롭고, 아이들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교사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면서도 학부모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 학부모 역시 교사를 신뢰하고 협력하며,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만 학교는 진정한 교육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교권을 지키되, 학부모와의 소통을 열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길. 그것이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교육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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