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의 일갈 "다시는 내 이름 팔지 마라" ‘사칭 피해’ 광주지법 장찬수 판사 사기범에 질타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
2025년 09월 17일(수) 17: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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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지법 형사3단독 장찬수 부장판사는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A씨(63)를 무겁게 꾸짖었다.
평소 점잖은 말투로 재판을 진행하던 재판장의 갑작스러운 일갈에 법정 공기도 순간 차갑게 얼어붙었다.
A씨는 지난해 형사 사건에 휘말려 곤란한 처지에 처한 인척 B씨에게 접근,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직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며 1억3000여 만원을 여러 차례 나눠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이날 법정에 섰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과거 법조계 인사들과의 거짓 친분을 앞세워 벌인 동종 사기 범행도 드러났다.
그는 지난 2023년 4월 지인에게 ‘재판이 잘 처리될 수 있게 알아봐 달라’는 행정소송 청탁을 받고 1억원을 가로챘다.
A씨는 “장찬수 부장판사에게 잘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면서 “돈을 주면 장 판사에게 전달해 유리한 판결을 받게 해 주겠다”고 속였다.
A씨는 이 사건 범죄로 올해 2월에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법원 내부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배당하는데, 공교롭게도 과거 자신의 범행에 이름을 팔고 다닌 장 부장판사가 이번 재판을 맡게 됐다.
장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과거 형사처벌 기록 등 증거 자료를 통해 A씨가 자신과의 허위 친분을 과시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장 부장판사는 “동종 범행으로 여러 번 처벌을 받았는데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검찰총장과의 거짓 친분으로 사기를 벌이는 등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린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며 구형과 동일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2000만원을 명했다.
장 부장판사는 선고를 마친 뒤 A씨를 강하게 꾸짖었다. A씨는 고개를 숙인 채 5분가량 이어진 재판장의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장 부장판사는 “전생에 나와 무슨 죄가 있었길래 이름을 팔았냐. 증거로 제출된 판결문을 보니 내 이름이 엄청나온다”면서 “왜 내 이름이 더러운 곳에 올라가야 하느냐. 내가 이 재판을 맡지 않았다면 (A씨가 제 이름을 내세워 사기 친 사건을) 평생 몰랐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신에게 돈을 건넨 사람은 제가 1억여원 이상 받아갔다고 생각했을 것 아니냐”면서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깨끗하다. 깨끗하게 살아라”고 질타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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