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케데헌’과 함께 김밥 챌린지를

백승현 대동문화 전문위원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9월 18일(목) 17:41
백승현 대동문화 전문위원
[문화산책]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날만 같아라.’는 추석이다. 한가윗날이 좋은 이유를 써보라면 100가지도 넘게 쓸 수 있겠다.

폭염의 나날들이 지나가고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하늘은 청명하고 들녘엔 누런 풍년의 벼물결이 일렁이고 바람은 산들거리는 좋은 날.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차례상 아래 엎드려 조상들을 위해 제사를 모신다. 고향 사람들과도 정담을 나누고 그리웠던 마음의 연대를 강화한다. 음식과 술도 새로 해 나눠 먹으며 즐긴다. 여러 가지 놀이로 흥겹게 지낸다.

백 가지 곡식과 채소와 과일이 새로 익고, 수확이 넘실대니 모든 일이 다 풍성하다. 추석 음식으로 약밥, 송편, 잡채, 전, 토란국, 소고기뭇국, 삼색나물, 조기구이, 갈비찜에 약밥이 밥상에 오른다.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다. 식혜, 유과로 입가심하고, 사과 배 등의 제철 과일을 곁들이면 마음마저 든든해진다.

추석은 민족의 공동 축제다. 추석 즈음엔 차례상만큼이나 놀이와 음식으로 흥겨운 남도 축제가 걸판지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와 같은 예술 축제는 추석 연휴 때 즐길 수 있다.

추석 이후엔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광주김치축제가 열린다. 전남에서는 남도 국제음식산업박람회,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 장성 황룡강 가을꽃 축제, 곡성 심청 어린이 축제, 여수 밤바다 불꽃 축제, 해남 미남(味南) 축제 등이 줄을 잇는다.

음식문화를 중심 콘텐츠로 한 가을 축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K푸드 시대 대표적인 ‘미식의 고장’ 광주 전남의 ‘맛 축제’들의 가능성이 선보인다. 다른 축제에서도 먹거리를 만들고 즐기는 프로그램이 김과 밥처럼 찰싹 붙어있으니, 남도 음식은 우리 몸과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콘텐츠로 으뜸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남도 국제미식산업박람회’에서 ‘김밥 페스티벌’의 감독을 맡은 후배에게 연락이 와서 김밥 쿠킹 클래스, 김밥 시식 판매, 김밥 아트와 친환경 피크닉 공간을 연출하는 데 참여할 외국인 단체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한다.

10월 1일부터 26일까지 전남 목포에서 열리는 축제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K-푸드의 원류, 전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축제다. 이 다채롭고 맛깔스러운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가 ‘세계 김밥 페스티벌’이라는 것이다.

김밥은 K-푸드 세계화의 상징이다. 편리함과 맛, 그리고 건강이라는 이미지로 서구권의 식문화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어 대뜸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을 보면 한식과 전통문화, K-팝이 녹아든 K-컬처의 가능성을 조금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미국의 ‘인터넷 영화사’에 거금(?)을 결제하고 이 애니메이션 뮤지컬 판타지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떤 국회의원이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융합된 콘텐츠를 ‘전통융합 콘텐츠’로 규정하고 창작, 유통, 해외 진출 등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제도인 ‘케데헌법’을 ‘콘텐츠 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 안에 포함시키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었다.

한국의 무속신앙, 퇴마 등 전통적인 요소를 결합했다. 그래서 독특한 한국문화 요소가 깃들어 있다. 여기에 K-POP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었다. 선비 복색, 오방색 색감, 전통문양, 전통건축,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는 ‘호작도’ 민화, 전통 매듭과 노리개 등의 전통문화적 요소의 융복합이 특색이다. 전 세계적인 플랫폼을 통해 동시 공개되면서 연관 산업의 동반 상승 곡선을 그려냈다. 재미도 감각도 내용도 철학도 한국적인 재미있는 영화였다.

극중의 루미와 동료 멤버들은 한국 음식을 먹는데, 루미가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들고 먹는 장면이 해외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어 ‘김밥 챌린지’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컵라면, 설렁탕, 떡볶이, 어묵 등 한국의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김의 본고장은 전남이다. 광양은 김 시배지이고 김의 생산량은 전남이 압도적인 우위다. 김밥, 김치찌개 등에서 활용되어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다. 간편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간식이나 대용식이 아니라 영양 만점의 정식이다.

호남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남도 한정식, 홍어 삼합, 떡갈비, 꼬막, 낙지, 남도 김치, 무등산 보리밥, 오리탕, 육전 등이 손꼽히는데, 이들은 ‘미향 남도’의 대표주자들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주먹밥도 광주를 대표하는 특별한 음식이다. 맛과 스토리가 담겨 있다.

전통 음식을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고, 세계인이 선호하는 식재료나 조리법을 접목해 푸드-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 음식의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K-컬처와 연계한다. 남도 음식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확산시켜 세계화하고 음식 테마 여행 코스를 개발해 세계인들이 음식문화 성지에 찾아오도록 하고, 축제로 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해외 수출 확대와 품질 관리로 신뢰를 구축하는 브랜드 전략도 필요하다.

이번 추석 연휴엔 미향 남도의 개미를 갖춘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문화적 연대의 성찬을 함께 해야겠다. 김밥으로 상징되는 K-컬처의 세계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케데헌’을 감상하면서 이야기해야 하겠다. 추석 연휴가 길다고, 민생지원금이 더 지원된다고 해서 마음이 더 흥감스럽다. 민생이 힘들고 내란 정국에 내상을 입었던 마음에 새살이 돋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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