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줄었을까?

강혜경 문학박사·문화기획자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0월 09일(목) 16:51
강혜경 문학박사·문화기획자
[문화산책] 도시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흔히 눈에 보이는 건물의 크기나 투자 규모를 떠올리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한 도시가 품고 있는 문화, 그리고 예술을 시민과 세계에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는가가 진정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경제 지표는 등락을 반복하지만, 문화적 매력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가장 깊은 힘이다.

광주는 스스로를 ‘문화중심도시’라 불러왔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적 기억을 공동체의 자존으로 번역해온 도시다. 그러나 상징은 선언으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상징을 일상으로, 정체성을 제도로 옮기는 일은 결국 정책과 예산이라는 구체적 선택에서 증명된다.

민형배 의원이 공개한 최근 3년간 17개 광역자치단체 문체부 국고보조금 교부 현황 자료를 보면, 광주는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국고보조금이 해마다 줄어든 몇 안 되는 지역으로 나타난다. 수치의 하락이 곧바로 문화의 쇠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줄었을까? 문화행사 수준은 높아지고 시민의 눈높이도 함께 오르면서 필요한 예산 규모가 커지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럼에도 국고보조금이 줄어든 배경에는 몇 가지 확인 가능한 환경 변화와 합리적 해석이 교차한다.

첫째, 지역 간 배분 격차와 경쟁이 심화된 점을 들 수 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3300억 원대, 전북특별자치도는 2200억 원대를 지원받았다. 보조금은 상당수가 공모와 평가 방식으로 배정되는데, 기획력과 성과, 파급효과 등에서 차이가 나면 지역별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사업 탈락의 세부 사유는 공개되지 않지만, 광주가 상대적으로 불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둘째, 지방도시가 안고 있는 재정 여건도 무시할 수 없다. 자체 재원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중앙정부의 보조금 변화가 곧바로 체감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다수 도시가 공유하는 구조적 현실이다. 국고보조가 줄어든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재정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는 그 여파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셋째, 정책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 ‘문화비전 2030’과 이후 수립된 지역문화진흥계획은 ‘자치와 분권’을 기조로 삼아왔다. 방향은 옳지만, 그만큼 지역이 스스로 기획과 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강화되었다. 준비가 부족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연구보고서들 역시 이 점을 지적하며, 중앙의 직접 지원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지역 주체의 설계력이 성패를 가른다고 경고한다.

이 세 가지 요인을 함께 살펴보면, 광주의 국고보조금 감소는 특정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배분 격차가 커진 환경과 재정 체력의 약세, 그리고 분권과 경쟁 체제의 강화가 맞물린 결과임을 추측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파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대응을 모색하는 일이다.

문제는 이 상황을 단순한 에피소드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읽어낼 것인가에 있다. 최근 수년간의 정책 환경은 중앙 주도에서 지역 설계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모 중심의 사업 구조, 평가와 성과를 전제로 한 배분 방식, 그리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기금 제도의 확대는 모두 지역의 기획력과 실행 능력을 전제로 한다. 준비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민들은 갈수록 먹고살기 퍽퍽하다고 한다. 문화예술가들도 다르지 않다. 불안정한 일자리, 줄어드는 지원 속에 창작 활동의 공간은 점점 좁아진다. 예술이 삶의 여백이 되기보다 생활의 무게에 밀려나는 현실이다.

문화예산은 행사를 치르기 위한 비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 지역의 창작 생태계를 지켜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도시들이 문화자치 조례와 독자적 전략을 세우는 이유는 중앙의 흐름이 점차 분권과 경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역시 이제는 중앙 의존을 넘어, 지역 고유의 자원을 어떻게 발굴하고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문화매력도를 높이는 길이 곧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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