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방인이 아니라 함께 땀 흘리는 이웃입니다

오은하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공학박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0월 12일(일) 18:10
오은하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공학박사
지난 여름 베트남 나트랑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하노이, 다낭에 이어 나트랑은 벌써 두 번째 방문이었다. 경기도 다낭, 경기도 나트랑으로 불리울 만큼 한국 사람들이 워낙에 사랑하는 도시답게 곳곳에 한국어 안내판이 있어 불편함 없이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베트남 서기장 방문 국빈 만찬에서 양국에는 10만 가구에 달하는 한-베트남 다문화 가정이 있고 한국의 베트남 근로자들을 ‘든든한 민간 외교관’이라 했다. 앞으로도 양국은 산업, 의료, 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관계가 확대될 전망이다.

2024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252만 명 중 취업자는 약 103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5%를 넘는다. 이 중 제조·건설·청소 등 고위험 현장의 비중은 체감상 10% 이상으로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한국 산업의 ‘필수 노동력’이 되었다. 우리 산업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반면, 언어 장벽, 체류 자격, 산업재해 위험 등 관리 리스크와 함께 사고로부터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아픈 현실이다. 2025년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근로자 사망은 38명으로 전체의 13.2%를 차지했다. 외국인은 전체 취업자의 약 3.5% 수준에 불과하지만, 산업재해 시 사망자 비중은 2~3배에 달한다. 2024년 6월,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에서 23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18명이 외국인 근로자였다.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외국인 희생자를 낸 참사였다. 그렇다면 산재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 비중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언어·소통의 장벽과 교육의 부족이다. 한국어 미숙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안전지침서, 표지판, 작업 지침이 한국어 전용으로 되어있는 경우 사고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보험 가입률 저조와 불법 체류자의 위험이다. 2021년 기준 외국인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4.3%, 산재보험 가입률은 68.1%로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미등록 외국인의 산재 신청은 단 5.9%에 불과하다. 세 번째는 건설업 하도급 구조와 현장 관리의 부재를 들 수 있다. 하청, 재하청 구조에서 안전비용이 전가되고 현장 통제가 약화되면서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특히 비정규직 외국인 근로자의 숙련도가 낮은 문제, 고령화, 원청의 관리 부재와 맞물려서 사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산업현장에 기후요인, 신기술 활용에 따른 새로운 위험 요인이 등장했다. 즉, 여름철 폭염 심화로 인한 위험 요인과 산업용 로봇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새로운 작업방식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사고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비는 단순하지 않다. 개인의 불완전한 행동이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책임 전가이다. 위험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장벽을 넘어 모두의 안전을 위한 실천, 다층적이며 실효성 있는 실질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며, 사고 후의 수습 보다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이끌어 가야 할 책임이다. 전라남도는 지난 4월 외국인 근로자 노동 인권보호와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을 위한 “취약 분야 외국인 근로자 노동인권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5개 핵심 분야에서 총 17개 과제를 중점 추진 중이다. 5개 핵심 분야는 △외국인 근로자 사회적 고립 해소 △고용주 및 근로자 인식 개선 △노동인권 실태조사 △사회안전망 구축 △지역사회 기반 일상회복 지원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언어로 교육자료를 제작·보급하며, 건강한 직장 문화 조성을 위한 캠페인도 펼친다. 인권존중 문화를 실천하는 우수 고용사업장에는 인증, 홍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모범사례 확산을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위기 근로자의 회복과 정착을 촘촘히 돕는 지원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이해에서 시작된 관심과 지원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지역 산업의 필수 인력이라는 적극적인 인식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들은 어느덧 우리 산업의 한 축이자 동반자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 산업 현장이 그들을 위한 안전의 울타리가 되도록 함께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오늘도 우리 동네 네팔 오빠, 베트남 언니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단란한 저녁 식사를 하는 즐거운 모습을 보고 싶다. 모두가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그동안 우리가 수많은 안타까운 사고를 목도하면서 간절히 바랬던 것이 아닐까. 안전에 내·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선진 산업 현장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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