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작물 병해 확산에 '애타는 농심'

올해 벼 깨씨무늬병 피해 1만3337㏊…전국 36% 차지
쪽파·마늘 등 밭작물도 노균병·잿빛곰팡이병 동시 확산
정부, ‘벼 깨씨무늬병’ 농업재해 인정…재난지원금 지급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2025년 10월 14일(화) 19:02
잦은 비와 높은 습도로 벼 깨씨무늬병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수확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신안군 안좌면 산두리에서 이민석씨가 벼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벼 이삭마다 검은 반점이 생기더니 알이 차질 않았어요. 비만 멈췄으면 싶더라구요.”

전남 신안군 안좌면 산두리에서 10㏊(3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이민석(43)씨는 올해 수확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이씨가 수확한 벼는 깨씨무늬병 피해로 200평당 생산량이 지난해 440㎏에서 올해 350㎏으로 줄었다.

그는 “병해 피해가 이렇게 심한 적은 처음”이라며 “벼알이 검게 변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전남 곳곳에서 농작물 병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잦은 비와 높은 습도로 벼 깨씨무늬병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수확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남 깨씨무늬병 발병 면적은 1만3337㏊로 전년 대비 3.7배, 평년 대비 2.1배 증가했다. 전국 발병 면적 3만6320㏊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전남에 피해가 집중됐다.

깨씨무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곰팡이균이 이삭에 침투해 벼알이 검게 변하고 낟알이 쭈그러드는 병해로, 수확량은 최대 30% 줄고 품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전남은 해양성 기후 특성상 습도가 높고 일조량이 적어 병해에 특히 취약한 지역이다. 지난 9월 하순부터 10월 초중순까지 전남의 강우일수는 평년보다 많고 일조량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 같은 기후영향으로 깨씨무늬병이 확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병해 피해는 벼 뿐만이 아니다. 보성·고흥 등 남해안권에서는 쪽파·마늘 등 밭작물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보성군에서는 쪽파 재배지 120㏊에서 노균병과 잿빛곰팡이병, 잎끝마름병이 동시에 발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마늘·양파밭에서도 유사 증상이 보고됐다.

이와 관련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은 “기후변화로 병해·재해가 일상화되는 만큼, 연중 가입이 가능한 상시형 농업재해보험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며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남도는 농작물 병해 확산 방지와 농가 지원 대책 마련에 즉각적으로 착수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0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깨씨무늬병 피해 벼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전량 매입을 요청했다.

김 지사는 “전남이 전체 피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매년 불가항력적인 기상재해로 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복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남도의 강력한 요청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올해 이상고온으로 확산된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공식 인정하고 피해조사에 착수했다.

송미령 장관은 “피해조사 절차를 거쳐 재해복구비를 신속히 지원하겠다”며 “피해 벼에 대한 정부 매입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피해조사 결과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농업정책자금 상환 유예, 이자 감면을 시행하고, 추가 자금이 필요한 농가에는 금리 1.8%의 재해대책경영자금 융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날 정부의 벼 깨씨무늬병 농업재해 인정과 관련 “수확기에 시름으로 물들었던 농민의 절실한 요구가 신속히 받아들여진 이번 결정에 대해 온 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병해 피해가 확산되면서 쌀값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월 중순 기준 쌀 20㎏ 평균 소매가격은 6만7000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25% 이상 높다. 농식품부는 수확기 쌀값 급등을 막기 위해 지난 13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올해 예상 초과 생산량 16만5000t 중 10만t을 시장에서 우선 격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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