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축제는 지역의 미래를 여는 열쇠

장승기 정치부 부국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0월 19일(일) 16:22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그래도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깊어가는 가을, 광주 도심은 물론 전남지역 곳곳이 축제의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 광주의 가을을 대표하는 도심 거리 축제인 ‘제22회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가 펼쳐졌다. 올해 충장축제는 기존의 ‘추억’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동화’를 콘셉트로, 관람객들을 환상적인 동심의 세계로 이끌었다. 축제의 서막을 여는 개막쇼는 의전 행사를 과감히 생략하고 판타지 뮤지컬과 미니콘서트가 결합된 화려한 무대로 꾸며졌고, 다채로운 퍼포먼스도 쉴 틈 없이 펼쳐졌다. 축제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등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 16일부터는 영산강변 일대에서 ‘서창 억새 축제’가 열려 은빛 억새와 붉은 노을의 장관을 선사했고, 지난 18일 월곡동 고려인마을 세계 음식문화 거리에서는 ‘광산 세계야시장’이 개최돼 세계 각지의 음식과 다문화 공연을 즐겼다. 오는 31일부터는 광주시청 광장에서 ‘김치 축제’가 개최된다. 25일에는 도심 야시장인 ‘대인 예술야시장’이, 양동 전통시장에서는 30일부터 ‘양동 통맥 축제’가 열려 시장 명물인 통닭과 버스킹 공연으로 가을밤의 흥겨움을 선사한다. 전남에서도 다양한 축제가 관광객을 기다린다. 순천에서는 17일부터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가, 화순과 장성에서는 26일까지 ‘고인돌 가을꽃 축제’와 ‘황룡강 가을꽃축제’가, 목포에서는 국내 최초의 미식 테마 국제행사인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등이 열린다.

이 같이 10월 축제의 계절을 맞아 광주·전남지역에는 다양한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의 정의는 ‘기원하는(祝) 의식(祭)’으로, 개인 또는 집단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을 기념하는 일종의 의식을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축제는 지역의 문화·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문화관광축제 지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축제 육성을 통한 외래 관광객 유치 및 지방 관광 활성화 도모를 위한 목적이다. 이때부터 각 지자체와 지역은 저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지역 대표 축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 축제 대부분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매년 수많은 축제들이 경쟁적으로 열리면서 반복되는 프로그램과 유사한 행사 구성으로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전남지역만 보더라도 현재 개최되는 지역 축제가 221개에 달한다. 소규모 마을 축제를 제외하고도 각 지자체별로 매년 10여 개의 축제를 여는 셈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축제들이 거의 비슷한 유명 연예인 초청과 뻔한 프로그램 구성에만 의존하고 있다. 더욱이 부실한 행사 준비와 방문객 수요 예측 실패,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하거나 취소되는 행사도 속출하고 있다.

성공적인 축제는 단순한 즐길거리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방문객에게 각인시키면서 ‘경제적 효과’와 ‘도시 브랜드’라는 두 가지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년 넘게 매년 10월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추억의 충장축제’는 쇠락하던 중심가에 불씨를 지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구도심의 활기를 끌어내는데 일정 부분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남에서는 강진 ‘청자축제’가 지역 브랜드와 경제 효과를 모두 잡은 축제로 평가받는다. 강진군은 오랜 역사와 문화 자산을 기반으로 청자축제를 만들었고, 특히 ‘반값여행’이라는 파격적인 지원 제도를 통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행사 기간 많은 인파로 인해 음식점 매출은 전년보다 29%, 농·특산물 판매는 93%나 증가했다고 한다. 단순히 축제장을 둘러보고 떠나는 ‘스쳐가는 관광’이 아닌 지역 경제와 직결된 체류형 관광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는 축제도 변해야 한다. 유명 가수나 초대하는 단지 일회성 이벤트의 근시안적 접근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차별화된 콘셉트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른 축제에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야 한다. 여기에 교통과 숙박 인프라, 안전 관리를 위한 운영체계, 홍보 및 마케팅 전략 등도 세밀하게 짜야 한다. 이러한 요건들이 갖춰져야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성공할 수 있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관 주도의 일방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민관 협치 기반을 구축해 지역 주민과 청년, 전문가, 기업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지역의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가을, 지금 이 순간에도 광주·전남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들이 각 지역의 브랜드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각 지역의 축제장을 찾을 때 단순히 유명 가수를 보러가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축제의 차별화된 콘텐츠, 스토리텔링, 문화유산 등도 살펴본다면 축제의 재미가 더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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