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는 말은 멈춰야 한다 황한이 학교폭력예방교육센터 대표
광남일보@gwangnam.co.kr |
2025년 10월 21일(화) 10:12 |
![]() |
황한이 학교폭력예방교육센터 대표 |
더 큰 문제는 학교폭력의 양상 변화다. 물리적 폭력은 줄어드는 대신, 언어폭력(39%), 집단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의 관계 기반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학생의 관계 형성은 여전히 디지털 공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서도 따돌림과 괴롭힘이 이뤄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교실 밖,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눈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직 어려서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안일한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 아닌,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다양한 연구에서도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이 우울, 불안, 수면장애, 인터넷 중독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적으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모는 자녀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나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외면한다.
실제로 가해학생은 자신의 행동을 축소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많고, 피해학생은 고통을 외부에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폭력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자녀의 말만 듣고 성급히 대응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학교폭력 사건을 신고하면 ‘즉각 분리, 긴급조치 2호’라는 조치가 우선돼, 아이들은 사과하거나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초등 저학년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관계회복 숙려제가 도입된다. 이는 학생들이 단순히 처벌받는 것을 넘어서, 화해와 관계 회복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라고 생각된다.
부모의 역할은 이 모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피해를 입는 상황뿐만 아니라, 가해자나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일상적인 관찰과 소통이 필요하다. 친구관계, 등·하교 분위기, 스마트폰 사용 습관, SNS 내 행동 변화 등에서 이상 징후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특정 앱이나 그룹에서 배제되거나, 비밀이 많아지거나, 화면을 자주 숨기는 등의 행동은 경고 신호일 수 있다.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도, 아이들만의 일도 아니다. 가정은 자녀에게 건강한 관계 맺기와 갈등 해결의 방식을 보여주는 교육 공간이다. 부모는 자녀 앞에서 사과하고 화해하는 모습, 갈등을 대화로 풀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 학교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고, 교육청이나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해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학부모에게 학교폭력 대응 절차와 지원 체계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도 확대돼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의 잘못을 책임지는 과정에 더 건강한 관계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는 회피나 용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관계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며, 특히 부모의 관심과 역할이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