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향의 50년 족적…정기연주회 400회 맞았다

14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대극장 무대
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 명곡 선율 선사
예술적 정체성 탐색·희망 메시지 널리 전파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2025년 11월 11일(화) 18:33
피아니스트 김규연
지휘자 이병욱
1976년 창단 이후 시민들에 클래식의 진수를 선보여온 광주시립교향악단이 400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광주시향은 광주시민교향악단이 전신으로, 지난 1969년 고(故) 장신덕 교수가 지역 음악인 30여 명을 모아 창단했다. 이후 1976년 7월 광주시가 시민교향악단을 토대로 광주시립교향악단을 공식 출범했다.

초대 상임지휘자 장신덕을 시작으로 금노상, 구자범, 김홍재, 홍석원 등 국내 주요 지휘자들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광주시향은 신년음악회와 협연 무대는 물론이고,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지역 대표 클래식단체로 자리매김했다.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 ‘GSO 오티움(otium) 콘서트’, 연주자들의 호흡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체임버 시리즈’,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족음악회 ‘키즈 클래식’, 기존 음악회 이미지를 탈피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는 ‘특별연주회’ 등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무대로 시민들과 만났다.

정기연주회 작품을 주제로 예술감독과 관객이 직접 소통하는 ‘콘서트 토크’와 차세대 연주자 발굴·육성을 위한 초청 ‘마스터 클래스’, 광주·전남 학교 및 시설 등 문화소외 계층에게 클래식을 설명하고 들려주는 ‘찾아가는 예술단’ 등도 교육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광주시향은 올해 1월 취임한 제14대 상임지휘자 이병욱 예술감독을 포함해 총 82명으로 구성돼 있다. 바이올린 27명, 비올라 10명, 첼로 8명, 더블베이스 6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감성을 겸비한 단원들의 연주력을 기반으로, 폴 루이스(Paul Lewis), 스티븐 허프(Stephen Hough)와 케빈 케너(Kevin Kenner), 알렉세이 볼로딘(Alexei Volodin), 에마뉘엘 파위(Emmanuel Pahud), 안젤라 게오르규(Angela Gheorghiu), 백건우, 조성진, 손열음, 선우예권, 임윤찬 등 세계적 연주자들과의 협연으로 오케스트라의 진수를 선사했다. 특히 반 클라이번 우승자 임윤찬과 ‘베토벤, 윤이상, 바버’ 실황 앨범을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발매했다. 이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플래티넘을 달성하며 전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예술극장(Tokyo Metropolitan Theatre),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Praha Smetana Hall), 오스트리아 린츠 브루크너하우스(Linz Brucknerhaus), 미국 샌 안토니오 토빈 공연예술센터, 휴스턴 컬른홀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며 대한민국 클래식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제400회 정기연주회가 14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사진은 광주시향의 무대 모습.
광주시향의 이번 400회 무대는 창단 이래 지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서 예술적 성취를 거듭해온 여정의 한가운데에서 정기연주회라는 기념비적 의미를 지닌다.

‘혁명가들’이라는 타이틀은 시대와 맞서는 예술가의 태도를 상징한다.

첫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장식한다. 1913년 초연 당시 격렬한 리듬과 이질적인 화성, 장대한 카덴차가 이어지며 기존 낭만 협주곡의 문법을 과감히 해체해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젊음의 패기와 실험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게 특징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협연자로 나서 무대 위 작품의 폭발적 에너지를 풀어낸다.

김규연은 지나 박하우어 영 아티스트 국제 콩쿠르 우승, 더블린 국제 콩쿠르 준우승을 비롯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바 있다. 2017년 카네기홀 리사이틀 데뷔 무대를 통해 평단으로부터 ‘자연스러운 음악적 흐름을 가진 연주자’라는 호평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학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울려 퍼진다. 이 작품은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뜨겁게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는 소련 체제에 순응하는 듯하지만, 곳곳에 삽입된 비극적 정서와 절규에는 체제와의 긴장 그리고 예술가의 내적 고뇌가 녹아있다. 특히 4악장 ‘승리의 행진’은 고통을 뚫고 나아가려는 인간 정신의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광주시향은 이번 무대가 지난 400회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향한 선언이라는 설명이다. 400회 정기연주회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이 지닌 예술적 정체성과 미래를 밝히는 횃불이자 앞으로 또 다른 400회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공연의 지휘를 맡은 이병욱 예술감독은 “두 혁명가의 음악은 체제의 억압 속에서 예술로 말하고, 저항하고 살아남았다”며 “단지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깊이 연결해 예술의 혁신과 저항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연은 14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며, 초등학생부터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2853636522114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11월 11일 22:3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