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역사·정신 선율로…전통·현대 하나된 화음"

시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28일 예술의전당 대극장
이건용 작곡가 위촉곡 초연…성악·합창·무용 등 장르 협업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2025년 11월 18일(화) 18:59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144회 정기연주회 ‘꽃’이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박승희 지휘자
제144회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꽃’를 올리기에 앞서 18일 오전 광주예술의전당을 찾은 이건용 작곡가.
“5·18민주화운동기념 오페라 ‘박하사탕’처럼, 그동안 고통과 치유, 어둠 속에서의 빛을 향한 몸부림이 제 작품들의 큰 줄기였습니다. ‘꽃’은 어둠의 반대, 즉 빛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144회 정기연주회를 올리기에 앞서 18일 오전 10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진행된 리허설에서 이건용 작곡가는 위촉곡 ‘꽃’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이어 이 작곡가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는 누구나 다 알아서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몇년 사이 그 시가 참 와닿았다. 꽃의 이름을 당송하면서 음을 얹었다.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해주고, 인정해주며, 온전한 우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모티브가 돼 작품을 썼다”고 설명했다.

위촉곡 ‘꽃’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담긴 광주 정신의 생명력과 숭고함을 꽃으로 형상화한다. 시의 문학적 요소를 미학적으로 접근했다.

작품에는 초롱꽃, 메밀꽃, 함박꽃 등 이 작곡가가 선별한 140여 가지 꽃의 명칭이 등장한다. 특히 제비꽃은 흰제비꽃, 흰털제비꽃, 잔털제비꽃 등 16가지가 나온다. 여기에는 이름을 부르는 행위가 고유한 존재로 인정받는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소중하게 바라본다는 의미가 담겼다.

작품은 박승희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가 대학 시절 스승인 이건용 작곡가에 광주를 위한 곡을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ARKO한국창작음악제추진단장인 이 작곡가가 지난해 광주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한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 특별 연주회’를 통해 시립국악관협악단의 기량을 이미 접한 상태여서 이같은 제안을 수락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이 작곡가는 “광주시민께 드리는 꽃다발 같은 무대”라며 “꽃이라는 시로 음악의 재미와 감동은 물론, 광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꽃’이라는 타이틀로 열릴 이번 정기연주회는 위촉 초연곡 ‘꽃’과 더불어 다채로운 곡들로 채워진다.

공연의 포문은 최성환 작곡·이석중 편곡의관현악 협주곡 ‘아리랑 환상곡’이 연다. 1976년 북한에서 작곡돼 전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자주 연주돼온 곡을 국악관현악으로 선사한다. 광주시립교향악단 단원 10명이 함께해 국악과 서양 관현악 무대를 보여준다.

세계문화유산 종묘제례악을 모티브로 국악관현악, 성악, 무용을 결합한 첼로협주곡 ‘희문’도 만날 수 있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첼로 수석 최승욱 단원과 김병오 악장, 국립국악원 출신 무용수 최성희·김진정·최형선·이정미 등이 종묘의 일무를 함께 선보여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대를 만든다.

아울러 이경섭 작곡가의 설장구 협주곡 ‘소나기’는 타악그룹 ‘판타지’와 김행덕이 함께 비가 쏟아진 뒤 더욱 선명해진 풍경을 설장구와 관현악으로 그린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30주년 기념 위촉 초연곡 ‘불의춤’은 조선대 서영 교수의 안무로 무용수 양고은이 열정적인 춤사위를 펼친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144회 정기연주회 ‘꽃’은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사진은 시립국악관현악단이 정기연주회를 위해 연습하는 모습.
위촉곡 ‘꽃’을 부르고 있는 광주시립합창단.
또 남도 소리와 합창, 국악관현악이 결합된 판페라 ‘쑥대머리’는 지휘자 박승희 예술감독이 작곡 및 황호준 편곡한 곡으로, 국창 임방울 선생이 불러 큰 울림을 준 ‘쑥대머리’를 국악관현악, 합창, 성악이 어우러진 무대로 선보인다. 광주시립창극단 소리꾼 이서희를 비롯해 광주시립합창단 테너 우성식, 홍명식 그리고 바리톤 손승범, 윤찬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무대의 하이라이트인 ‘꽃’은 1980년 광주의 상처가 시간이 흐르면서 숭고한 차원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음악으로 그린다. 광주시립합창단 전 단원이 참여하며 메조소프라노 김하늘, 마림바 연주자 김지향, 비브라폰 연주자 강나형이 무대에 선다.

공연의 사회와 시낭송은 배우 이원종이 맡는다. 포스터는 지난 6월 객원지휘자로 시립국악관현악단 무대에 오른 김라원(농성초 3)양이 직접 그린 양귀비꽃 그림으로 꾸몄다.

박승희 지휘자는 “아리랑과 종묘제례악, 판소리 쑥대머리, 그리고 위촉 초연곡 ‘꽃’으로 정기연주회를 준비했다”며 “서양악기 첼로와 협연, 성악, 그리고 무용까지 선보이는 종합예술 무대로 예향 광주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정기연주회는 시, 성악, 서양악기, 종묘제례 일무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종합적으로 선보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무대”라며 “광주의 역사와 정신을 음악으로 다시 바라보고, 전통과 현대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울림을 시민들께 들려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144회 정기연주회 ‘꽃’은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6세 이상(2020년생 포함) 관람 가능하며, 예매는 티켓링크(1588-7890)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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