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세평]AI 시대, 다시 책으로 김명화 교육학박사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25년 11월 19일(수) 1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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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화 교육학박사 |
그동안 책을 등한시했던 사람도 서점에 방문하게 했으며 문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 속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히 담아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사고의 여지를 제공했다.
한국 문학은 한 작가의 성취를 통해 유례없는 관심을 얻게 됐으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책을 읽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독서문화 회복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기에 문학을 접하며 세계관을 확장하고, 사고와 공감을 배우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데 미디어의 출현은 책과 멀어지고 빠른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책을 읽고 사유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은 AI를 넘어 AGI(인공일반지능)는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며, 언어, 영상, 음성 같은 정보나 여러 지식 분야 등을 가리지 않고 습득해 우리 사회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AGI는 학습능력에 있어 새로운 상황에 스스로 적응하고 학습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하며 인간과 같은 추론능력을 갖춰 사고와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미디어가 생활 곳곳을 점령한 시대, 우리는 점점 더 스크린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뉴스, 영상, SNS 등 정보는 실시간으로 소비되지만, 깊이 있는 사고와 성찰을 요구하는 책과 문학은 상대적으로 멀어진다.
한국 성인의 독서율이 최근 조사에서 43%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야말로 책과 문학의 가치가 다시 부각돼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검색 한 번으로 방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화면을 스치듯 넘기며 하루에도 수백여 개의 콘텐츠를 소비한다.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빠른 속도 속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은, 생각하는 힘과 인간다움이다. 이에 인공지능과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책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삶의 지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첫째, 책은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길러준다.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계산하고, 더 정확하게 정보를 찾아준다.
AI가 사고를 흉내낼수록, 인간의 깊이 사고력은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둘째, 독서는 인간의 공감 능력을 확장한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분석할 수는 있지만, 인간처럼 느끼고 공감능력은 떨어진다.
갈등과 분열이 커지는 시대에 사회적 공감과 윤리적 판단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문학은 그 책임을 감당할 마음의 힘을 길러준다.
셋째,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준다. 디지털 환경은 하루에도 수백 번 우리의 생각을 흔들어 놓는다. 추천 알고리즘의 정보는 때로는 편향되거나 단편적이므로 무수한 자극 속에서 중심을 잃기 쉽다.
이에 정보의 양이 많아진 시대일수록 판단의 질은 더 중요해진다.
넷째, AI 시대의 창의성은 독서에서 비롯된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지식을 연결하고 본 적 없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힘이다.
독서는 이러한 연결의 능력을 강화하며, 창의적 사고의 바탕을 마련하는 능력을 준다.
다섯째, 독서는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지켜 준다. AI는 점점 더 많은 선택을 대신하려 한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살지, 어떤 문장을 쓸지까지 추천하는 시대다.
그러나 추천이 편해질수록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은 약해진다. 독서는 이 능력을 다시 깨우는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사고를 따라가되, 결국 자신만의 결론을 세우는 과정이다.
책과 문학은 빠르게 흐르는 시대 속에서 우리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의 끝없는 알림, 짧고 자극적인 영상, 흘러가는 뉴스 속에서 우리가 잊기 쉬운 것은 바로 마음에도 숨을 쉬게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시간은 우리의 내면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삶에 있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찾는 시간이며, 타인의 삶을 돌아보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그게 바로 문학을 사랑하는 일이며 책을 읽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