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음악가 첫 아카이빙 전시…음악가의 발자취 펼치다

‘김승일 아카이브’전 24일부터 화순 소소미술관
리플렛·악보·저서·강의자료·자필 원고·사진 등
"지역 음악사 주도한 작곡가의 삶과 시대 조망"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11월 19일(수) 18:21
1970년 제1회 작곡 발표회 리플렛
학창시절의 김승일
이름만대도 알만한 음악가가 전시장에 온 생애의 족적을 펼친다. 미술작품이 아니지만 그동안 걸어온 음악인의 길과 다채로운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는 발자취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이는 광주에서는 생존음악가 첫 아카이빙 전시여서 주목된다.

19일 전남 화순 소소미술관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광주를 중심으로 60여 년간 음악 창작과 교육의 길을 걸어온 작곡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예술가인 김승일 작곡가(전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교수)의 삶과 창작의 기록을 만나는 ‘김승일 아카이브’전을 갖는다.

이번 아카이브 전시에는 작곡발표회 1~8회 리플렛 및 악보를 비롯해 김승일 작곡가의 음악 저서 11권, 강의자료, 자필 원고, 작곡 노트, 음반·실연 기록 아카이브, 음악적 영감의 사진 및 에세이 등 다양한 자료들을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전시는 김승일 작곡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그의 음악 여정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기획됐다.

김승일 작곡가는 6·25 전쟁 직후,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왔으며, 1970년 제1회 작곡발표회를 시작으로 총 8회의 개인 발표회, 다양한 장르의 음악 저작물, 11권의 음악 관련 저서, 수십 년간의 강의안과 교육자료, 다수의 음반과 실연 기록 등 음악인의 궤적을 성실히 남겨왔다.

1960년 광주사범학교 시절 작곡한 악보집 ‘보리피리’
‘보리피리’ 악보 일부(전반부)
특히 아카이브의 주체가 직접 참여하고 구성한 ‘생존 작곡가의 아카이빙’이라는 점과 대부분의 예술 아카이브가 사후에 이뤄지는 현실 속에서 김승일 작곡가 본인이 음악 인생을 돌아보고 후학들과 지역사회에 남기고 싶은 기록을 스스로 정리하고 공유하기로 한 점이 의미를 더한다.

전시장에는 김승일 작곡가가 직접 기획해 온 작곡 발표회 리플렛과 자필 원고, 교단과 무대를 오가며 쌓아온 교육 자료, 출판된 음악 저서와 악보들, 그리고 대표 작품의 음원이 시대별로 구성되는 가운데 전시 공간 한 편에는 김 작곡가에게 깊은 영감을 줬던 사진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김승일 작곡가는 1943년 광주 출생으로 오랜 동안 조선대 사범대학 음악교육과에서 후학들을 양성했으며, 개인 작곡 발표회를 다수 열었다. 조선대학교 사범대학장을 역임했으며, Texas Tech, Univ. School of Music 실험음악연구소 연구교수와 North Carolina State Univ. Dept. of Music 연구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기본 서양음악사’, ‘선율 반주의 이론과 실제’, ‘음악 미학 입문’, ‘서양 음악의 이해’, ‘화성의 이해’, ‘음악 요법의 기초’, ‘음악으로의 초대’, ‘기독교 전례와 서양 음악의 변천’, ‘문화사로부터 접근하는 서양음악사’ 등 다수가 있다.

제8회 창작음악연주회 리플렛
김승일 작곡가는 전시 개막에 앞서 “하늘을 향해 뻗은 거친 손의 이미지는 고통과 신념이 교차하는 인간 정신의 푯대였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는 음악을 향해 살아온 내 인생의 자세를 떠올리게 했다”면서 “제자들의 권유로 이런 자리가 마련됐지만, 나의 작곡 여정은 너무 누추하고 부끄럽다. 그저 ‘끊임없이 해왔구나’ 하는 삶의 과정을 조용히 돌아봐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전시를 기획한 소소미술관 에듀케이터 전수아(예술학 박사)씨는 “음악 아카이브는 시각예술에 비해 축적과 공유가 제한적인 현실에서, 이번 전시는 지역의 음악사를 주도한 한 작곡가의 삶과 시대를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매우 뜻깊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개막식은 오는 24일 낮 12시 작곡가 헌정 공연과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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