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주, ‘문화수도 건축문화’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자

-건축인과 시민이 함께 여는 도시문화의 새로운 지평
길종원 (사)광주건축단체연합회 회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1월 20일(목) 20:44
길종원 (사)광주건축단체연합회 회장
광주가 진정한 문화수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외형적 상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시의 문화란, 건물을 통해 내부로 드러나는 감수성과 품격이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건축은 도시의 정신을 담아내는 언어이며, 그 언어를 통해 시민들은 일상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문화수도가 되려는 광주의 비전은 단지 전문가의 설계나 대형 시설의 건립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시민과 건축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공간문화’ 위에서 실현되어야 합니다.

광주에는 이미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건축문화적 자원이 존재합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거점으로서 복합문화건축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며, 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공간으로 재해석한 역사적 건축물입니다. 또한 디자인비엔날레와 어반폴리 등은 예술과 도시가 교차하는 장으로 시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실험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들이 본질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시민과 전문가의 역할이 동시에 작동해야 합니다. 건축은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시민이 공간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공공건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때, 그 도시의 건축문화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시민 여러분이 아시아문화전당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전일빌딩245의 뜻깊은 공간을 되새기며, 디자인비엔날레·어반폴리 같은 행사에서 도시의 미래를 함께 상상해보는 행위 자체가 ‘문화수도’ 광주를 만드는 중요한 실천이 됩니다.

한편 건축인에게는 무거운 책임이 부여됩니다. 건축가는 단지 도시의 형태를 설계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을 공간으로 변환하는 ‘문화 조정자’입니다. 도시의 역사와 맥락을 존중하고, 시민의 요구를 설계에 반영하며, 미래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여기에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이 중심되어야 하며, 단기적인 개발이익이나 유행 논리에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건축계는 학계·전문가·행정이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설계문화와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시민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문화수도는 행정이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의 삶 속에 이어지는 문화의 총합입니다. 거리의 간판·건물 외벽·작은 골목길의 벤치 하나까지 시민의 시선과 선택이 도시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건축문화에 대한 이해와 참여의 폭이 넓어질수록 광주는 단순히 ‘건물의 도시’가 아니라 ‘문화가 숨 쉬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광주의 건축정책은 과거의 물리적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건축은 단지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기존의 도시 유산을 존중하며 미래세대에게 어떤 환경을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문화적 실천입니다. 공공건축의 품격을 제고하고, 지역 건축가의 창의적 참여를 확대하며, 이렇게 건축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자존감을 세워야 합니다.

문화수도로서의 광주는 몇 채의 화려한 건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작은 골목의 담장과 거리의 벤치, 시민이 머무는 광장과 그 속의 풍경 모두가 어우러져야 도시의 품격이 구현됩니다. 건축인과 시민이 협력하여 도시의 얼굴을 함께 그려나갈 때, 광주는 문화수도로서 자부심을 더욱 견고히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건축은 도시의 언어이며, 시민은 그 언어의 독자이자 작가입니다. 광주가 세계 속의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도시의 건축이 시민의 손과 마음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광주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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