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석유화학’ 첫 구조조정…여수산단 재편 주목

정부 "12월 말 제출 기한 연장 없다" 압박 고조
LG화학·GS칼텍스 통폐합 협의중…비용 등 변수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2025년 11월 26일(수) 19:40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6일 전남 여수시 LG화학에서 현장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부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겹치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적 침체에 빠진 가운데, 충남 대산 단지에서 ‘1호 구조조정 방안’이 공식화되면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사업 재편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업계에 제시한 사업 재편안 제출 시한이 연말로 정해진 만큼,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의 감축 방향이 향후 구조조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로부터 사업 재편 계획 승인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8월 석화산업 구조 개편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나온 첫 번째 재편안으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 산단에서 운영하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산 NCC의 연간 CAPA는 롯데케미칼 110만t, HD현대케미칼 85만t 등 총 195만t 규모다. 두 회사 중 한 곳의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최대 110만t이 감축되며, 이는 정부와 업계가 설정한 ‘구조조정 목표량’(270만~370만t)의 약 30%에 해당한다. 사실상 업계 전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대산에서 먼저 쏘아 올려진 셈이다.

정부도 첫 재편안에 맞춰 지원 패키지를 예고했다. 산업부는 재편안 심사 후 승인 시점에 세제·R&D·원가 절감·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맞춤형 지원책을 발표할 계획이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사전심사 신청분에 대한 신속 검토에 착수했다.

반면 산업부는 “연말 제출 기한을 넘기면 정책적 지원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여수 등 주요 단지의 사업 재편을 압박하고 있다.

여수 산단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로,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방향의 향배가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지역이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여수국가산단을 직접 방문해 “대산이 사업 재편의 포문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 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제출 기한은 12월 말이며 연장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여수 단지 내 LG화학 현장을 점검하면서 “설비 합리화와 함께 글로벌 스페셜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사업 재편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여수 산단은 규모가 큰 만큼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조정 과정의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꾸준하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GS칼텍스와 여수 산단 내 NCC 통합·폐쇄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NCC 수익성 악화 상황에서 정유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재편을 서둘러야 할 유인이 크지 않아 논의 속도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NCC 설비 축소와 수직 계열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으나, 감수해야 할 비용과 물량 조정 문제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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