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악취관리, 공공의 과학과 민간의 실행이 답이다 오길영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악취관리과장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25년 12월 01일(월) 1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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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길영 악취관리과장 |
연구원이 축적한 측정 기술, 분석 프로토콜, 배출·방지시설 진단역량 등은 현장 실증 기반의 고급 정보다. 특정 산업군의 공정 특성과 연계된 악취 배출 패턴, 악취물질의 실시간 변화 분석은 환경솔루션 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된다. 예컨대, 연구원에서 보유한 복합악취와 지정악취물질의 배출특성 자료는 개별 사업장이 공정에 맞는 탈취설비를 설계하거나 사후 성능 검증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현실에서는 공동연구나 기술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업장의 현장 참여가 미온적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력과 예산 부담, 정보 누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도에 중단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험은 공공과 민간이 더 긴밀히 소통하고 참여 유인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기술자산이 민간에 활발히 이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의 개방적 자세가 우선임은 분명하다.
공공기관은 대기질, 수질, 악취 등 방대한 환경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내부 활용에 그친다. 민간에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만 마련된다면 환경개선은 물론 산업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악취 자동측정망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하거나 위치 기반 악취 민감도 지수를 산정해 민원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문제는 데이터 표준화, 실시간 접근성, 개인과 사업장 정보보호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일부 시군에서는 민간 업체와 협력해 민원 대응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지만 통합된 시스템 구축은 아직 미비하다. 연구원이 중간 허브로서 데이터를 수집·정제하고 민간과 실질적 협업을 추진한다면, 훨씬 더 다양한 해석과 적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공공연구기관은 ‘측정-분석-보고’, 민간은 ‘설계-시공-사후관리’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공동의 문제에 대해 공동의 솔루션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악취와 같은 감각공해 문제는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주민 수용성, 현장 운용성, 법적 규제 적합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주요 악취배출시설과 공동으로 악취저감 시범사업을 기획하고 실측자료와 주민 설문을 토대로 효과성을 검증한 뒤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이러한 사례는 현장-기술-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지역 내 신뢰도도 향상시킨다. 민간 입장에서도 공공기관과의 공동연구는 대외 신뢰성을 확보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아가 대학, 기술사사무소, 환경컨설팅업체 등과의 연계를 통해 탈취효율 향상 기술이나 유지관리 개선, 디지털 예측모델 개발 같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은 광역지자체에서 유일하게 악취관리과를 운영하며, 시군과의 유기적인 조사 네트워크, 실시간 데이터 측정 인프라, 전문 연구 인력 등 다양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자산은 단지 행정 목적에 머물기보다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환경 솔루션 허브’로 확장될 수 있다. 냄새는 감각이지만 그 해결은 과학이다. 수치와 데이터 그리고 기술은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반드시 민간 실행이 함께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서로의 영역을 넘어 함께 움직일 때 정책이 책상에서 현장으로 내려온다. 공공이 ‘문을 열고’ 민간이 ‘손을 내밀어’ 정책이 현장에서 지속가능한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