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감·임금 감소…광주 일용직 노동 현장 ‘칼바람’ 경기침체·미분양에 건설현장 중단…일당 17만→15만원
글·사진=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
| 2025년 12월 03일(수) 1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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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남구 월산동의 한 직업소개소는 불이 켜졌지만 노동자들의 발길이 거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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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북구 유동의 한 직업소개소가 불이 꺼진채 문이 닫혀 있다. |
“올여름부터 일당이 2~3만원씩 줄고, 일감까지 사라지니 소개소에 사람이 없습니다. 문 닫은 곳도 많아요.”
3일 오전 6시 광주 북구 유동의 한 직업소개소. 칼바람이 스며드는 새벽, 희미한 난로 불빛만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인력을 구하는 업체의 전화도, 일감을 찾아 기웃대는 노동자도 보이지 않았다.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는 업주들의 모습은 얼어붙은 지역 건설경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여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의 최대 일감 공급처인 아파트 공사가 경기 침체와 미분양 확대로 잇따라 중단됐고, 건설 수요가 가장 많은 7~8월에는 기록적 폭우까지 겹쳐 현장이 줄줄이 멈춰섰다. 당시 사업자 요청으로 일시적으로 낮췄던 일당 조정이 되레 ‘하향 고착’으로 굳어지면서 일용직 업계를 더욱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올해 초 17만~18만원 수준이던 지역 일용직 일당은 8월 이후 15만~16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최후 버팀목’이던 임금이 무너지자 직업소개소를 찾는 발걸음도 뚝 끊겼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더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내국인의 일자리가 더 축소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직업소개소 업계는 광주에 약 400곳이 등록돼 있으나 이 중 10~15%는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로 추정된다. “혹여 누가 올까” 하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문을 열어두지만 들어오는 것은 차디찬 겨울바람 뿐이다.
유동에서 소개소를 운영하는 A씨(80)는 “올해 1월만 해도 하루 20~30명씩 노동자가 왔는데 지금은 3~4명 수준”이라며 “일거리를 소개하던 업체도 30~40곳에서 3~4곳으로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고 푸념했다.
이어 “지하철공사가 들어와도 단가가 맞지 않아 입찰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일이 없어 노동자도, 업체도 모두 한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 지연이 길어지면서 건설업체들이 소개비·인건비 정산을 제때 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업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A씨는 “올해에만 3~4곳에서 정산을 받지 못해 떼인 돈이 수백만 원이다”며 “경기가 더 나빠지면 직업소개소들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탄했다.
광주 남구 월산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문을 열어 둔 소개소가 많지만 내부에는 노동자 한두 명과 업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월산동 일대 25곳 중 3~4곳은 아예 문조차 열지 않고 있다.
직업소개소 관계자 강모씨(60)는 “경기가 좋을 때는 하루 70~80명이 드나들었지만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며 “건설 원가 상승, 정부 정책 변화, 미분양 증가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건설시장이 사실상 붕괴 수준”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어 “수완지구·신가동·광천동 등도 분양이 안 돼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며 “임동 일산방직과 전남방직 일대 개발 같은 대형사업만이 마지막 기대”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사진=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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