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목욕탕 재해석…광주·인천의 ‘예술적 연대’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이색적 두 전시 진행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 2025년 12월 05일(금) 1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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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탕’전에 출품한 김다혜 작 ‘선녀옷이 없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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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
먼저 호랑가시나무창작소는 지난 11월 26일 개막, 12월 9일까지 광주 남구 양림동 소재 아트폴리곤에서 대중목욕탕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통해 인간과 생태,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는 전시를 갖는다.
‘생태탕’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따뜻한 증기와 젖은 타일의 냄새, 사람들이 오고 가며 남겨 놓은 온기, 물 위에 잔잔히 떠 있는 하루의 흔적들이 목욕탕을 단순한 위생의 장소가 아닌, 관계와 순환의 은유적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목욕탕에서 누구나 먼저 샤워를 하는, 오래된 예의는 단순한 습관을 넘어 하루의 흔적을 정돈하는 의례로 이어진다. 탕 안에서는 타인의 미세한 움직임조차 물결이 돼 내 몸에 닿고, 그 파동은 다시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이 경험은 작은 흔들림이 전체에 파장을 만들고, 순환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생태 구조와 닮아 있다.
참여 작가들은 이런 목욕탕의 구조와 의미를 각자의 언어로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참여작가로는 김다혜, 정원, 조은솔, 장윤하(Cindy Jang-Barlow) 등이며, 기획은 김희주씨가 맡았다.
먼저 김다혜 작가는 반복적 움직임과 혼재의 감각을 통해 목욕탕을 하나의 복합적 생태계로 재해석하면서 탈의실을 평상과 TV라는 오브제로 재현해 목욕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공간성을 표출하고 있다. 이어 조은솔 작가는 씻어내림을 단순한 청결을 넘어선 정화의 의식으로 바라본다. 조 작가의 작품 ‘미온한 감각 샤워’는 건강한 공유 생태계를 목표로, 씻어내림을 행하는 주체와 그로 인해 씻김을 당하는 객체를 연출한다.
장윤하 작가는 동네 목욕탕을 공동체와 돌봄, 조용한 의식성과 연결된 장소로 바라보며, 자연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목욕탕 사이를 오가며 서로 다른 장소의 물이 어떻게 새로움과 해방을 주는지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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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듯 같은’전에 출품한 서여름 작 품 전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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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
공간개입 프로젝트 첫번째 순서로 이 전시를 기획한 김희주 큐레이터는 “오랫동안 품고 있던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기분”이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담겨 있는 공중목욕탕의 경험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개인의 작은 행동이 개인과 공동체 더 나아가 생태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의 감각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일 개막, 오는 13일까지 청년창작소 별관 아티움에서 전시 ‘다른 듯 같은’(Different Yet Alike)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대한민국 근대의 출발점이었던 인천과 근대화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해 온 광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번쯤 둘러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
두 도시는 서로 다른 역사적 조건과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인천은 항구 도시로서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근대의 출발을 알렸고, 광주는 민주화와 공동체적 연대의 중심지로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 차이 속에서도 두 도시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뿌리를 중시하는 감각,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 미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공유하며 예술적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참여 작가는 서여름(서영실), 송은혜, 양나희, 정명숙, 정연지, 정준혁 등으로, 각자의 작업을 통해 지역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탐구한다.
정헌기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오랜 시간 고착된 서울 중심의 미술 지형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실천이자 제안”이라며 “인천과 광주가 서로 다른 듯 같은 정신을 공유하며 새로운 예술적 연대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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