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고향을 잇는 마음

이현규 정치부 부장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2025년 12월 08일(월) 08:27
연말이 되면 고향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막상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는 대답이 쉽지 않다. 그 공백을 메우겠다고 만든 제도가 바로 고향사랑기부제다. 시행 3년차, 이제 제도가 자리를 잡아야 할 시점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다.

최근 전남도가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5일 도청 윤선도홀에서 열린 ‘고향사랑 기부의 달’ 행사에는 22개 시·군이 모두 참여했고, 공공기관 직원과 주민 1000여 명이 발길을 모았다. 행사장에서 눈에 띈 건 답례품이나 이벤트보다 “이 제도가 뭐냐”고 묻는 시민들의 궁금증이었다. 제도가 생긴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주소지를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하면 된다. 연간 2000만원까지 가능하고,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는다. 기부금은 지역의 복지·청년·교육 등 꼭 필요한 사업에 쓰인다. 지방소멸이 현실이 된 지금, 적은 금액이라도 모이면 지역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시민이 실제로 체감하지 못하면 참여는 늘지 않는다. 전남도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현장 상담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직접 보고, 듣고, 묻고, 기부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전남도는 올해도 고향사랑기부제 전국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치 경쟁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참여가 늘어날수록 기부금이 실제 지역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수도권에 사는 전남 출신들을 찾아가는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삶을 꾸린 이들이 제도의 주요 참여층이라는 점을 고려한 접근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다. 고향을 잊지 않고, 작게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을 제도적으로 연결해주는 통로다. 전남도의 현장 행사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였다. 올 연말, 고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 제도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고향을 돕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마음을 내는 순간, 길은 이미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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