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피해’ 호소하는 무인점포…"양심에 맡길 수밖에"

CCTV·양심거울 설치해도 일상화…대다수 소액 피해
업주들 "봐주면 더 대담해져"…출입시스템 강화 필요

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2025년 12월 08일(월) 18:20
5일 북구 유동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중앙에 실시간 CCTV 화면과 양심거울이 부착돼 있다.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무인점포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노린 절도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피해 업주들은 대다수가 소액 절도여서 대응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 한다.

8일 광주·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광주 지역 무인점포는 292곳이 운영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무인세탁소 92곳, 아이스크림점 52곳, 스터디카페 31곳, PC방 27곳, 코인노래방 27곳, 사진관 18곳, 카페 19곳, 키즈카페 6곳, 게임제공업 16곳, 밀키트 매장 4곳 등이다. 전남 지역 무인점포는 PC방, 노래연습장 등 4개 업종 104개소이다.

문제는 무인점포가 절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주들은 출입구에 절도 금지 안내문을 붙이고, 매장 곳곳에 CCTV와 양심거울을 설치하는 등 각종 방범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다.

주로 5000원 이하의 간식류나 1만~3만원대 제품이 주 대상이다 보니 업주들은 “처음 몇 차례는 그냥 넘기는데, 그렇게 봐주다보면 범행이 점점 대담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구 북동의 한 무인점포는 최근 ‘훔쳐가신 분! 다리가 불편해 보여 참았는데, 3번까지는 넘어갔습니다. 또 가져가시면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경고문과 함께 CCTV 캡처 사진을 게시했다. 업주는 “동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여러 차례 물건을 가져갔지만 현장에서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북구 유동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장 중앙에 실시간 CCTV 화면을 두고 양심거울까지 설치했지만 “2~3개월에 한 번씩은 절도가 발생한다”고 호소한다.

광주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10곳을 운영 중인 김모씨(38)는 “절도자를 특정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반복을 막을 수 있어 CCTV 사진을 붙일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소액이라 좋게 넘기려 하지만 범인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다. 결국 30% 정도만 경찰 신고까지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통계에서도 절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2023년 광주 지역에서 접수된 무인점포 절도 사건은 219건에 달했다. 전남은 같은 해 76건에서 2024년 92건으로 늘었으며, 올해 11월 기준 87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도 예방을 위해 안내 스티커 배부, 방범센서 설치 지원, 순찰 강화 등을 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인력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점포 특성상 사건이 발생하면 CCTV, 출입기록, 결제 정보 등을 일일이 분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행정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고 중심의 기존 방식만으로는 무인점포 절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무인점포 증가 추세가 지속되는 만큼, 무인점포 특성에 맞춘 별도의 제도적 안전장치와 고도화된 기술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인점포 특성상 절도 범죄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력 강화가 능사가 아닌 만큼, 점포 자체적으로 출입기록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경비업체를 이용하는 등 범죄를 원천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구 북동의 한 무인점포에 CCTV캡쳐 사진과 절도금지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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