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미래를 여는 기업]㈜혁진팩

애호박 균일함의 ‘비밀’…생육 포장재로 시장 평정
재배 초기부터 관리 ‘인큐베이터형 포장재’로 혁신
전국 공급망 구축…경험·데이터가 만든 독보적 기술
친환경 인쇄·산업용 라벨로 사업 확장…해외 개척도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5년 12월 16일(화) 19:30
강미영 ㈜혁진팩 대표
마트 진열대에 놓인 애호박은 신기할 정도로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다. 소비자 눈에는 단순한 외형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재배 단계부터 작물의 생육을 관리하는 정교한 포장 기술이 숨어 있다.

출하 직전에 씌우는 보호필름이 아니라 생육 초기부터 애호박을 감싸며 온도와 습도,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된 이른바 ‘인큐베이터형 포장재’가 핵심이다.

농가에서는 이 포장재를 활용하면 일정한 크기와 직경을 유지할 수 있어 상품성이 높아지고, 농약이나 이물질 접촉을 줄여 농산물 안전성 측면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처럼 애호박 생육 포장 기술을 체계화하고 전국 단위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이 담양군 에코산단에 위치한 ㈜혁진팩(대표 강미영)이다. 1993년 경기도 수원에서 혁진포장으로 문을 연 이후 이듬해 광주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은 ㈜혁진팩은 애호박 생육 포장지 분야에서 전국 주요 산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갖추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애호박 농사를 짓는 주요 산지 대부분에서 혁진팩 제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진주·동부농협 등 대형 농협 조합과 식품기업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단기간 거래가 아닌 장기간 축적된 현장 경험과 신뢰가 현재의 시장 지위를 떠받치는 배경이다.

애호박은 생육 과정에서 내부 압력이 빠르게 증가해 일반 필름을 사용할 경우 터짐이나 늘어짐 같은 불량이 발생하기 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름 배합 비율과 인장력 설계가 핵심인데 ㈜혁진팩은 설립 초기부터 해당 기술을 독자적으로 축적해 왔다. 그 결과 2006년 애호박 생육 포장재 관련 특허 1종과 실용신안 2종을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을 공고히 했다.

㈜혁진팩 전경
이 포장재는 단순한 농자재가 아니라 ‘재배 품질을 좌우하는 기술 제품’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크다. 농가가 원하는 일정한 직경과 형태를 구현하려면 포장재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통기성과 강도, 친환경성까지 함께 충족해야 한다. ㈜혁진팩은 오랜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원단 배합과 라미네이션 기술을 고도화했고 기후와 지역, 재배 방식에 따라 세부 조건을 조정하는 기준을 정립해 농가 신뢰를 확보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수확률과 농가 소득으로 직결된다. 애호박 포장재 시장에서 혁진팩 제품이 ‘쉽게 대체되기 어려운 기술 제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 번 검증된 포장재를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거래 관계의 안정성도 높다.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도 눈에 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마스크 포장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쇄·코팅 라인 가동률을 끌어올려 매출 변동성을 완화했다. 반면 최근에는 외식 증가로 소포장 식품 필름 수요가 둔화되자 기존 기술을 유지하면서도 일반 식품 포장지 포트폴리오를 단가와 용도별로 재편하며 대응 전략을 조정했다.

㈜혁진팩의 또 다른 경쟁력은 지역 내에서 드물게 전 공정 일괄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원단 압출부터 그라비아 인쇄, 코팅·합지·슬리팅·가공에 이르는 전 공정 설비를 자체 보유해 품질 관리가 용이하고 고객 요청에 대한 대응 속도가 빠르다.

특히 그라비아 인쇄는 동판을 활용해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색 표현력이 뛰어나 식품업체가 요구하는 선명한 인쇄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 다수의 포장업체가 공정을 외주로 분산 운영하는 것과 달리, 혁진팩은 공정을 통합해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혁진팩의 경쟁력은 설비나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가와의 거래 과정에서 축적된 현장 데이터와 피드백이 다시 제품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재배 시기별 불량 유형과 지역별 기후 차이, 작황 변화에 따른 요구 조건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며 포장재 사양을 미세 조정해 왔고 이 과정에서 현장 맞춤형 기술 기준이 축적됐다.

이 같은 축적형 경쟁력은 신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생육 포장재는 단기간 시험만으로 성능을 검증하기 어렵고 한 시즌의 실패가 농가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검증되지 않은 제품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을 가격 경쟁보다 경험과 데이터가 좌우하는 분야로 평가한다.

회사의 다음 과제는 친환경 전환과 사업 영역 확장이다. ㈜혁진팩은 수성잉크 기반 인쇄 설비 도입을 통해 ESG 요구에 대응하고 인쇄·접착·라미네이션 전 공정을 아우르는 친환경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 설비 교체가 아니라 공정 전반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업용 스티커·라벨 분야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혁진팩 제품 수정3
혁진팩 제품 수정4
광주·전남 지역에 생활가전과 전자부품 기업이 밀집해 있는 점에 착안해 기존 식품 포장 고객 기반을 활용한 시장 확장과 함께 산업용 라벨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대량 인쇄에 적합한 기존 설비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해외 시장을 향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 생육 포장재 샘플을 공급하며 시장 반응을 점검했고 향후에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고품질 농산물 시장을 중심으로 접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역별 재배 환경과 소비 기준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기술 제안이 관건으로 꼽힌다.

지역 산업 생태계에서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담양 에코산단에 기반을 둔 혁진팩은 협력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설비 확충과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도 지역 인력 채용과 기술 인력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전통 제조업 영역에서 기술 기반 성장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기업 규모만 놓고 보면 중소 제조업체에 속하지만 산업 내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농산물 생육 포장재라는 틈새 분야에서 생산성과 안전성에 미치는 효과가 큰 만큼 기술 고도화와 시장 확대 여지는 크다. 여기에 친환경 전환과 산업 포장 인쇄시장 변화가 맞물리며 혁진팩의 기술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강미영 ㈜혁진팩 대표는 “포장재는 단순히 외관을 보호하는 비닐이 아니라 농가의 수확률과 품질을 좌우하는 기술 산업”이라며 “생육 포장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친환경 인쇄와 라벨 분야까지 확장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5881026525544015
프린트 시간 : 2025년 12월 17일 06:4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