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낭만닥터 김사부

장미영 광주남구가족센터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2월 17일(수) 15:14
장미영 광주남구가족센터장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작가의 멋진 대사를 만나는 일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에서 김사부는 본원 감사에게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왜 사는지는 알고 살아야지 않냐”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왜 사는가’를 아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유 없이 살아가는 삶이 과연 온전할까. 어떤 사람들은 ‘왜’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목적과 방향을 모른 채 좋은 삶의 방식을 찾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저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19세기를 대표하는 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수라트의 커피하우스>, <세 가지 질문> 등 인간의 본질을 묻는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 책에서 톨스토이는 미하일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말한다. 인간은 결국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으며, 사랑을 하기 위하여 살아간다는 메시지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마음의 움직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2024년 12월 27일, 연합뉴스는 마음 따뜻한 소식을 전했다.

완주군 용진읍 행정복지센터 앞에 10kg짜리 백미 60포대, 총 600kg이 놓여 있었고, 출근하던 직원이 이를 발견했다. 쌀 위에는 “아직도 힘들고 외롭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다. 춥고 힘든 이들과 동행해 달라”는 손편지가 놓여 있었다. 이름을 남기지 않은 ‘기부천사’는 우리 주변이 생각보다 더 따뜻한 곳임을 보여준다. 이런 미담이 이어지는 사회는 분명 행복한 사회다. 그리고 이 나눔의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을 느낀 사람은 아마도 그 익명의 기부자일 것이다.

에스콰이어에서 효민은 다양한 빛깔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행복해진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랑을 하는 것이고, 자신이 송무팀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가 그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이 다양한 사랑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효민이 변호사 일을 하고 싶은 이유이고, 우리가 세상을 사는 이유이다. 나눔은 여러 빛깔의 사랑 중에서 가장 반짝이는 빛깔 중의 하나이다.

겨울이다. 추운 사람에게 모진 계절이다.

세상은 항상 사랑으로 충만해야 하지만, 유독히 사랑이 더 절실한 시간이다. <왜 태어났니>라는 생일 축하 노래가 더 심하게 가슴을 때리고, “같이 좀 삽시다”라는 드라마 대사가 더 아픈 시간이다. 내가 가진 것이 많건 적건 나눔이 필요한 시간이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나만큼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우리가 세상을 사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 왜 사는지는 알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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