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광주FC, 시민구단 새역사 이어가길

송하종 문화체육부 기자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2월 18일(목) 23:57
송하종 문화체육부 기자
올 시즌 프로축구 광주FC는 믿기 힘든 활약을 펼쳤다.

시작은 창단 이후 처음 참가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였다. ACLE 16강전에서 J리그 최강팀 비셀 고베를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에 1·2차전 합계 점수에서 앞서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전에서는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역대 시·도민 구단 중 ACL 무대에서 8강에 오른 건 광주가 최초다. 더욱이 2024-2025 ACLE에 진출했던 울산HD와 포항스틸러스가 리그 스테이지에서 탈락한 가운데 광주가 유일하게 8강까지 진출하며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

코리아컵 무대에서도 광주의 활약은 이어졌다.

구단 사상 첫 코리아컵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전에서는 리그 압도적 선두로 조기 우승을 달성한 전북을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지만, 끈끈한 조직력과 투혼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악재에도 K리그1 3년 연속 잔류에 성공했다.

이렇듯 역대 최고의 시간을 보낸 광주지만, 올겨울은 혹독할 예정이다.

구단의 황금기를 이끌어왔던 이정효 감독의 이적이 유력해졌다. 광주가 최고 예우와 시스템 혁신을 약속했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광주는 아사니 연대기여금 미납 여파로 FIFA로부터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또 K리그 재정건전화 규정을 지키지 못해 제재가 예정됐다. 이정효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펼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올 겨울 전력 보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겹악재까지 덮쳤다.

광주는 올해를 끝으로 9명의 선수가 자유계약(FA) 자격을 취득했다. 공격수 김한길·하승운, 미드필더 오후성·이강현·주세종, 수비수 안영규·이민기·조성권, 골키퍼 김태준 등 대부분이 주축 선수들이다. 외부 영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마저 잃게 된다면 스쿼드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광주는 구단 레전드 안영규와 하승운, 프리드욘슨과 연장 계약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김한길이 용인FC로 둥지를 옮겼다. 여기에 핵심 수비수 변준수와 조성권의 이탈 또한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결국 내년 강제 리빌딩이 예정된 셈이다. 유망주들도 키워내면서 다시 선수 등록이 가능한 여름 이적시장까지 버텨내는 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절망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광주가 그간 숱하게 보여준 기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시민구단의 한계를 딛고 맹활약을 펼쳤던 광주가 앞으로도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구단으로 남길 바란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6069822525808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12월 19일 18: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