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오르는 스타트업]메리핸드 ‘손 재활 혁신’ 손가락 한 마디 움직임까지 읽어낸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
| 2025년 12월 22일(월) 16: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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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핸드는 창업자의 개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박은수 대표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던 과정에서 병원 밖 재활의 단절을 뼈저리게 느꼈다. 재활 의료진의 도움 없이 환자 스스로 진행하는 손 기능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고, 어느 정도 회복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도 부재했다. “오늘 내 손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면 환자의 의지도 달라질 것”이라는 문제의식은 결국 의료·공학 기반의 정밀 솔루션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메리핸드는 ‘손 재활 분야의 표준’을 다시 쓰겠다는 목표로 첫발을 내디뎠다.
회사의 핵심 솔루션은 손 기능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치료까지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Dia-Grip(디아그립)’이다. 이 기기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AI 분석을 통해 손가락 관절의 움직임과 근육 활성도를 정량화하고, 자체 개발한 초소형 전극을 통해 필요한 근육만 선택적으로 자극한다. 측정·훈련 데이터는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되며, 환자별 변화 추적은 물론 향후 AI 기반 예후 예측과 맞춤형 프로그램 추천, 디지털 치료제(DTx)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메리핸드는 이를 ‘재활·정형외과 분야의 인바디(InBody)에 해당하는 솔루션’이라 규정하며 정량 진단 중심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설립 초기 메리핸드는 연구개발과 인허가 기반 구축에 역량을 집중했다.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GMP 생산 체계 도입, 연구개발특구·정부 R&D 참여 등 기술 중심의 토대를 다지는 과정이 이어졌다. 2024년을 기점으로 국내 재활병원·요양병원·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실증(PoC)과 실제 공급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규모는 초기 수준이지만 반복 도입과 추가 주문 문의 증가 등 시장 반응은 뚜렷하다. 향후 건강보험 수가 적용과 가정용 모델 출시, 해외 임상 및 파트너십이 본격화되면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메리핸드의 경쟁력은 △진단과 치료를 단일 기기에서 구현한 기술력 △손가락의 미세 근육까지 정밀하게 자극하는 독자 전극 기술 △축적된 재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높은 확장성 등으로 요약된다.
광주와 대전을 양축으로 하는 지역 기반 성장 전략도 눈에 띈다. 광주는 GMP 생산과 고령층 중심의 임상 환경을 확보하기 유리하고, 대전은 대덕연구단지와 정부출연연을 활용한 기술개발에 최적화돼 있다.
다만 수도권 대비 투자·언론·전문 인력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은 여전히 기업이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메리핸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병원과의 공동 임상과 정부 프로그램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산학연 협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관절 추적 알고리즘 개발은 대학 연구실과 근전도 분석 기술은 지역 연구진과 함께 진행했다. 재활병원·한방병원과도 다기관 파일럿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어 기술의 임상적 검증이 본격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향후 작업치료·물리치료·재활의학 관련 학과와의 캡스톤 프로젝트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메리핸드는 B2B 중심의 병원용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동시에, 소비자용 가정형 모델과 구독형 재활 프로그램을 신사업으로 준비 중이다. 환자가 병원을 벗어나도 재활을 이어갈 수 있는 ‘연속 재활 루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AI 기반 회복 예측 분석과 디지털 치료제를 더해 환자·가족·의료진 모두에게 실질적 변화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려 한다.
해외 시장 진출도 초기부터 염두에 두고 있다. FDA·CE 허가 요건을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하고, 북미·유럽·일본 재활의학 전문 의료진과의 공동 임상도 추진 중이다. 단순 기기 수출이 아니라 재활 데이터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메리핸드는 ‘2025 대한민국을 빛낼 혁신인물·브랜드 대상’ 수상, TIPS 선정, 기업부설연구소 인증, 정부과제 수행 등 의미 있는 실적을 축적했다. 제조 기반과 R&D, 임상 검증, 초기 매출과 투자까지 하나씩 레퍼런스를 쌓아가는 단계다.
메리핸드는 손 재활이라는 좁지만 임상적으로 중요한 니치 마켓에 집중, 기술·임상·데이터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조기에 상지 전체와 전신 재활로 시장을 넓히기보다, ‘손 재활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전문성에 집중해 글로벌 표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은수 대표는 “재활의 고통을 줄이고, 환자에게 회복의 확신을, 의료진에게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제공하는 것이 메리핸드의 목표”라며 “손 재활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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