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뉴스트’의 아쉬운 출발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2월 23일(화) 18:35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아시아 문화허브를 지향해온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최근 새롭게 선보인 작가 지원 공모 프로그램 ‘ACC 뉴스트(ACC NEWST)’에 참여할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

ACC 뉴스트는 광주·전남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작가(개인 또는 팀)가 지원 대상으로, 지역 작가만이 지원할 수 있는 전시 공모여서 지역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지역과 동떨어져 있다’는 평을 받아온 ACC가 내놓은 일종의 자구책처럼 읽힌 까닭이다.

지원 개요를 살펴보면, 내년 2월께 완공 예정인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7관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전시운영비로 실수령액 700만원을 지급한다. ACC 누리집·SNS 게재와 보도자료 배포 등 홍보를 지원하며, 기본 케이터링 명목으로 약 100만원 상당 개막식 비용도 포함된다. 다만 1인(1팀)당 사업기간이 1개월로 설정돼 전시 설치·철수를 포함하면 실제 전시 기간이 한 달이 채 안된다.

물론 국립기관이 지역 작가를 위한 전시 공모를 운영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지역 미술인 발굴·지원, 지역 기반에 대한 응답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ACC 만이 가진 창·제작 기관이라는 강점이 이번 공모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의 지원은 단순히 전시 공간 제공, 전시 운영비 지급, 홍보 지원에만 그치는 수준이다.

전시는 단순히 ‘걸어놓는 일’이 아니다. 기획과 연구, 작품의 확장과 실험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ACC 뉴스트는 선정 작가가 전시 주제는 물론이고, 기획 의도와 작품 목록, 설치 방식, 공간 활용 계획까지 이미 완결된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설계돼 있다. 결과적으로 ACC가 개입할 지점은 공간 운영과 행정 지원 정도로 좁아진다. 기관이 아니라 대관처처럼 기능한다는 뜻이다.

더 아쉬운 대목은 선정 작가의 작품세계를 질적으로 확장시키는 장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 연계 세미나, 비평·큐레이토리얼 멘토링, 제작기술·재료학 프로그램, 연구 리서치 지원 등 ACC가 가진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한 확장형 지원이 빠져 있다. 전시 공간만 확보된다면 어디서든 가능할 법한 지원 형태라면, ‘왜 ACC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연 ACC가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을 진정으로 고려했는가, 나아가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반영한 콘텐츠에 방점을 두고 있는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ACC의 강점은 ‘창·제작’에 있다. 그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안전한 지원 즉, 공간 제공과 운영비 지급에만 머무르는 것은 지역과의 관계를 넓히기보다 오히려 얕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것은 지원의 확대가 아니라 지원의 방식 전환이라는 이야기다. ACC가 지역 작가에게 단지 무대를 내어주는 기관이 아니라, 작품의 탄생 과정과 사유의 확장까지 함께 만드는 기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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