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리산 케이블카, 상생 관광벨트로 가는 첫걸음

이현창 전남도의원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2월 23일(화) 18:38
이현창 도의원
지리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이자 전라남도의 소중한 자연 자산이다. 그러나 국립공원 지정 이후 50년 넘게 지속된 각종 규제로 인해 지리산 자락의 중심지인 구례는 인구 유출과 지역경제 침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 왔다.

노인 인구 비율은 40%에 육박해 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이며, 젊은 인구는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지역 소멸의 위협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지역을 떠나게 만들었다는 역설 앞에서 이제는 새로운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외 여러 사례는 케이블카가 자연 보전과 지역 활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안임을 보여준다.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는 개통 이후 누적 방문객 1600만명을 넘어서며 연간 1500억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였다. 전남 목포 해상 케이블카 역시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4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시설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의 이탈리아 남티롤 지역은 무려 354개의 케이블카 라인을 운영하면서도 친환경 설계와 철저한 환경 관리를 통해 자연 훼손 없이 연간 8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는 케이블카가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자연 접근성과 보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친환경 인프라임을 방증한다.

특히 기존 탐방로에 인파가 집중되는 문제를 분산시키고, 차량 이동을 줄여 탄소 배출과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덜 걷게 하는 시설’이 아니라 ‘덜 훼손하게 하는 동선’으로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리산권 케이블카 설치 요구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리산권역 5개 시·군에게 ‘협의하여 두 곳만 선택하라’는 입장만을 고수하며 사실상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며, 국립공원의 관리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국가 정책이 지역 간 갈등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직접 환경영향평가를 주도하고, 보전 가치와 균형 발전을 모두 고려해 가장 적합한 입지를 공정하게 선정해야 한다. 주민과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의사결정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또한 케이블카가 설치되지 않는 지역 역시 숨 쉴 수 있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리산이라는 동일한 브랜드를 공유하는 만큼 케이블카 비입지 지역에는 고급 숙박형 생태 리조트나 체류형 관광 인프라를 조성해 지리산권 전체가 상생하는 관광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특정 지역만의 이익이 아니라 지리산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며, 구례·남원·하동·산청 등 지리산권 도시가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아울러 ‘1박2일 체류’를 유도할 수 있는 숲 치유·별빛 트레킹·로컬푸드 미식 코스 등 콘텐츠를 연계하면 케이블카의 효과가 당일 관광에 그치지 않고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교통·주차·셔틀을 통합한 방문 관리 체계도 함께 설계해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

이제 전남도가 주도적으로 나서 공동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협력해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 간 소모적 논쟁이 아닌, 지리산을 지키면서도 사람이 돌아오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구례의 슬로건 ‘자연으로 가는 길’은 자연을 지키며 함께 누리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는 바로 그 슬로건을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해답이다.

구례군민에게 케이블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며, 전남 관광의 지평을 새롭게 열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이다. 이제는 멈춰 선 논쟁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때이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사람도 떠나지 않게 하는 길, 지역이 다시 숨 쉬는 길을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공동 과제다. 지리산이 다시 사람의 발걸음으로 살아나고, 자연을 보전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를 일구어낼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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