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일부 유족 '형사보상금' 떼일 위기

소송 변호사가 대리수령해 일부 전달하지 않아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2025년 12월 24일(수) 12:00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보상금을 떼일 처지에 놓은 여순사건 유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보상금을 떼일 처지에 놓은 여순사건 유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순사건 유족들이 또다시 보상금 횡령이라는 2차 피해를 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입법 보완을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유족들에 따르면 서울 소재 법무법인 대표 심모 변호사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무죄 판결로 유족 3명이 받아야 할 형사 보상금을 대리 수령해 전달하지 않고 있다.

전체 보상금 7억2000만원 가운데 약 3억원만 지급받고, 4억2000만원은 현재까지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 변호사는 지급 확약서까지 써가며 수십차례 지급 기일을 통지했다가 이행하지 않기를 반복했다.

심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자문 업무 등으로 큰 보수를 줘야 할 회사가 8개월간 지급을 지연하는 바람에 형사 보상금 지급도 어려워졌다고 둘러댔다.

유족들은 심 변호사와 형사보상소송에서 중계 역할을 맡은 B 씨(진상규명 명예회복 추진협의회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유족들은 “해당 변호사는 40건 이상의 여순사건 보상금 소송을 대리하고 있어, 전체 피해규모가 최대 8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한 여순사건순천유족회 권애임 이사는 “이 사태는 보상금 대리수령을 사실상 방치해 온 제도, 변호사 보수·정산을 관리하지 않는 구조, 소송 중개·알선 행위를 차단하지 못한 법의 공백, 보상금 지급 이후 국가 책임을 ‘사인 간 문제’로 떠넘긴 행정의 부재가 만들어 낸 예고된 참사”라고 주장했다.

권 이사는 “여순사건을 포함한 과거사·국가폭력 보상금을 원칙적으로 유족 본인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상금은 개인 계좌가 아닌 법원 또는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신탁·에스크로 계좌를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순사건여수유족회 서장수 회장은 “과거사 청산은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제도와 법률로 완성돼야 한다”며 “유족 보상금 횡령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즉각적인 입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은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상금마저 지켜주지 못한다면 과거사 청산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며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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