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품귀 이유 있었네…중고거래 되팔기 활발

관공서·금융기관 무료 달력 1000~5000원에 판매
1인 1개 배부 제한 등 물품 관리 개선 목소리 확대

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2025년 12월 25일(목) 18:15
무료 달력 배부 관행이 일부 시민들의 되팔이로 인해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공공 물품의 관리와 배부 취지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연말을 맞아 관공서와 금융기관, 병원 등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부한 달력이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16일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거래완료 처리가 돼 돈을 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상당 수 확인 됐다.


신년을 앞두고 관공서와 금융기관, 병원 등에서 시민에게 무료 배부한 달력이 중고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나눔의 의미로 제작·배포된 공공홍보물이 일부의 ‘되팔이’ 대상이 되면서 배부 취지와 공공물품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본 결과 ‘수협 달력’, ‘MG새마을금고 2026년 달력 세트’, ‘농협 벽걸이 달력’ 등 최근 배부된 달력 판매 게시글이 다수 확인됐다.

가격은 개당 1000원에서 많게는 5000원까지 책정돼 있었으며, 여러 개를 묶어 판매하거나 가계부와 세트로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 일부 게시글은 이미 ‘거래완료’ 상태로, 실제로 돈을 주고 구매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해당 달력들이 매년 연말연시를 앞두고 관공서와 금융기관, 병원 등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대표적인 홍보물이라는 것이다.

종이 달력은 재물운을 부른다는 속설과 공휴일과 행정 일정, 기관 주요 사업 정보가 담겨 있어 고령층과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여기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ESG 경영이 대두되면서 종이 달력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러한 이유로 연말 무료달력 몸값이 높아지자 개인 간 거래에서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등 돈벌이 수단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A씨는 “최근 무료 달력을 돈 받고 파는 게시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정작 달력이 필요한 사람들은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배부 시 1인 1개 제한 같은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지난해 달력 10개를 무료로 나눠줬는데, 그중 일부가 그대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보고 허탈감을 느꼈다”며 “항의하자 ‘줬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이후로는 무료나눔 자체를 하지 않게 됐다”고 토로했다.

시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개인 소유가 된 물품을 거래하는 것까지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공공 재원으로 제작된 물품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유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 파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돈을 주고 사지 않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모습에 관계자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달력에 연예인 등이 그려져 있어 일부 팬 층에 수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필요한 사람이 문구점보다 중고거래로 사는 것 같다”며 “거래를 막을 방법도 없고 1000~5000원 정도의 저가로 거래되고 있어 제재의 필요성은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달력에 그치지 않고 각종 공공 홍보물과 기념품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삼열 서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히 ‘팔지 마라’는 도덕적 호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배부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필요 이상의 물량 제작을 줄이는 동시에 시민 인식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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