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국립의대 설립 기회 왔는데…발목 잡은 ‘대학통합’ 순천대 학생 반대에 좌초 위기…재투표 성사 여부 촉각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
| 2025년 12월 25일(목) 19:51 |
25일 목포대와 순천대에 따르면 양 대학 ‘대학통합 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는 전날 오후 강진에서 통합 찬반 투표 결과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순천대 측 요청으로 회의가 연기됐다. 공추위는 추후 일정을 다시 잡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재논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23일 공개된 투표 결과를 보면, 순천대는 교원·직원·조교, 학생 등 3개 직역 가운데 학생 투표에서 반대가 과반을 넘겼다. 순천대 학생의 60.7%가 통합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대학 측이 설정한 ‘3개 직역 모두 찬성률 50%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순천대는 통합에 대해 ‘반대’로 최종 판정했다.
반면 목포대는 교원·직원·조교, 학생 등 세 주체 모두에서 찬성률이 절반을 크게 웃돌며 통합에 대한 내부 의견이 비교적 일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로 양 대학 통합과 이를 전제로 한 통합 국립의과대학 설립 추진은 일정 부분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교육부의 내년 1월 통합 심사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재투표 등 추가 동의 절차가 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재투표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도 일부 제기되고 있으나, 대학 측은 “과거 다른 대학 통합 사례에서도 재투표가 진행된 전례가 있다”며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투표가 성사되더라도 순천대 학생들의 반대 기류가 바뀔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전남도와 두 대학이 사실상 의과대학 신설을 목표로 통합 논의를 밀어붙이면서, 의대 설립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고 인식하는 학생들의 공감과 수용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통합 교명 ‘김대중대학교’ 구상에 대한 반감이 순천대 학생 사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의료 공백 해소와 지역 숙원 해결이라는 통합 취지에 공감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는 통합 반대 여론이 향후 전남 의대 설립 기회를 스스로 좁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성을 촉구하는 글도 일부 올라오고 있다.
이번 투표 과정에서 순천대 교원·직원·조교 찬성률이 56.1%에 그치며 구성원 간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난 점을 두고, 대학 안팎에서는 이병운 총장의 리더십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순천대의 경우 학생들만 반대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재투표 결과에 따라 총장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시기다.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결정할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논의 결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학 통합에 대한 내부 동의조차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남에 의대 정원이 배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계위는 지난 22일 회의를 마치고 추계 결과와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논의가 길어지면서 위원들은 다음 주 추가 회의를 열기로 했다. 만약 전남에 의대 정원이 배정되지 않을 경우, 전남도가 목표로 공언해 온 2027년 국립의과대학 개교는 사실상 무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사회는 투표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개호 국회의원은 “전남도와 양 대학 총장, 관계자들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현재의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남도의회 통합대학교 국립의과대학 설립 지원 특별위원회도 입장문을 통해 “투표 결과는 존중하지만, 이로 인해 전남 의과대학 신설을 포함한 통합 추진 계획에 현실적인 차질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통합 투표 결과와 관련해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통합 과정의 진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승적 견지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해 한 번 더 고민해 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정부가 추진하는 거점대 프로젝트에 두 대학이 통합할 경우 포함될 수 있도록 건의했다”며 “지원 프로그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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