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생각과 믿음…색과 빛의 작업으로 재해석

정정하 개인전 1월 9일까지 서울 다이아몬드지
최근 작업 변화 조망…대형 100호 1점 등 30점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12월 27일(토) 00:13
‘빛에 대한 연구’
색은 장식이 아니라 선택의 흔적이다. 작가는 그 흔적에 깃든 사람의 에너지와 삶의 방향을 빛으로 기록해왔다. 건축용 페인트와 레진으로 구현된 색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대신해 전시장에 놓이고, 그 위에 더해진 미미한 개입은 인간이 스스로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작가의 믿음을 드러낸다.

이는 사람에 대한 이러한 생각과 믿음을 색과 빛의 작업으로 풀어낸 정정하 작가의 이야기다. 이런 정 작가가 개인전을 지난 18일 개막, 2026년 1월 9일까지 서울 해방촌 다이아몬드지(Diamond G)에서 진행한다. 출품작은 대형 100호 작품 1점과 120호 변형 작품 5점 등 총 30점.

‘색전’이라는 전시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대표 연작 ‘흡수와 반사’ 시리즈 및 ‘무브 온’(Move On) 시리즈를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어 최근 작업의 변화와 확장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human, move on’
먼저 ‘흡수와 반사’ 시리즈는 작가의 또 다른 연작인 ‘라이트 픽셀’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페인트 매장을 찾은 사람들이 선택한 색은 시험관에 수집되고, 이후 캔버스 위에서 레진 안에 고정된 추상의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반짝이는 실린더 속에 담긴 색의 개념은 선명한 빛깔로 기록되며, 작품에 새겨진 번호는 각 개인이 선택한 색의 식별 번호이자 한 사람의 삶과 의지를 기념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작품에 표기된 A.R.는 ‘Absorption & Reflection’(흡수와 반사)의 약자로, 인간의 에너지를 흡수해 색으로 반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를 “빛을 모은다”고 표현한다. 빛이 있어야 색이 보이듯, 색을 인간의 에너지이자 존재로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 이 연작의 바탕에 놓여 있다.

이어 ‘무브 온’ 시리즈는 사람들이 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아주 미묘하게 개입했을 때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던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페인트 컬러 위에 또 다른 색을 떨어뜨리거나, 캔버스의 높낮이를 조절해 방향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완성된다.

‘A.R.1549’
정정하 작가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인정, 희망, 존중을 ‘좋은 에너지의 제안’으로 작품 안에 담는다. 사람의 선택은 강요가 아닌 제안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미미한 개입이 인간을 변화시키고 다시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연작의 핵심이다.

작가는“2025년을 열심히 살아온 모두가 전시장 안에서 색으로 이뤄진 사람들의 선한 인간성을 느끼며, 잠시 한숨 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정하 작가는 조선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 일반적인 물감 대신 건축용 페인트와 에폭시 레진을 사용해 레진의 두께 차이로 빛의 투과와 반사를 유도하는 평면 추상 회화를 제작해 왔다. 페인트 매장을 운영하며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마주한 경험은 그의 작업 세계에 중요한 토대가 됐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색채연구: 개념적 질감’, ‘우리가 곁에 빛을 두는 이유에 대하여’, ‘빛을 모으는 또 다른 방법’ 등이 있으며,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제21회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 ‘빛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3년 제29회 광주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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