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쉘터에 남은 절규…1년 지나도 ‘멈춤’

179켤레 신발·여행가방 마중…추모 계단 등에 메시지 가득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5년 12월 29일(월) 17:13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쉘터 앞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너와 현수막 등이 있다.
무안국제공항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진 추모의 계단에는 추모객의 손편지가 가득했다.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숨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과 무안국제공항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다.

참사 1주기인 29일, 무안국제공항 2층 국제선 출국장 한 켠에 조성된 유가족 쉘터 앞에는 현수막과 배너가 놓였다.

‘179명의 안타까운 죽음, 유가족의 눈물은 100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다’, ‘왜 아무도 이 비극에 책임지지 않는가’, ‘365일째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라는 문구는 1년이 흘러도 가시지 않은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유가족들이 지난 1년간 머물렀던 쉘터 내부에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179명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안전하게 기념일을 보내는 방법’, ‘숙면을 위한 방법’ 등 심리 회복을 돕기 위한 안내문과 함께, 상담실과 쉼터 프로그램을 알리는 포스터가 자리했다. 참사의 시간이 멈춘 공간이자 버텨온 시간의 기록이었다.

무안공항 곳곳에는 참사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추모의 계단에는 ‘아픔은 모두 잊고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 ‘별이 된 그들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손편지가 빼곡히 붙었다. 추모존 역시 ‘편히 쉬세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라는 메시지로 가득 찼다.

추모존은 희생자 수 179명과 사고 발생일인 12월29일을 상징해 각각 1790㎜×1229㎜, 1229㎜×1229㎜ 크기로 제작됐다.

추모의 계단 앞에는 붉은 우체통이 설치돼 있었다. 이 우체통은 고인을 향한 편지와 다짐을 담아 하늘로 보내는 상징물로, 참사 당일 세워졌다.

공항 내부에는 참사 당시를 기록한 사진과 함께 추모작 ‘캐리어 179: 못다 한 여행의 기록’이라는 작품이 참사 희생자들을 마중하고 있었다.

게이트부터 길게 이어진 179켤레의 주인 잃은 신발들은 여행 가방(캐리어)을 향해 줄지어 놓여있고 179명의 여행가방은 5m 높이의 탑으로 세워져 돌아오지 못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은선 작가는 “못다 한 그들의 여행이 하늘에서 편안히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이곳에 남아 멈춰버린 179명의 시간을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공항 한 켠에 놓인 테이블에서는 파란 리본 배지를 만드는 봉사자들이 나눔 봉사를 하며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공항 밖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됐다. 공항 외곽 울타리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파란 리본들이 수십 개 매달려 있었고, ‘12·29의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손 글씨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가슴에 파란색 리본을 단 한 시민은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12월 29일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며 “앞으로 진행될 국정조사가 자료 공개의 출발점이 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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