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K-민주주의’의 증명인 정부 업무보고 생중계

최총명 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2월 30일(화) 17:45
과거의 정부 업무보고는 관료들만의 전유물이었고 국민들은 모두 관심이 크지 않았다. 이유는 그들이 어떻게 이 과정을 진행했는지 알 수도 없었고 ‘내가 궁금한 것을 알수 있을까, 혹여 내가 알게 되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꺼운 보고서들과 각종 통계자료가 난무하는 회의, 그리고 사후에 발표되는 정제된 브리핑은 국민들에게 국가 정책이란 나의 궁금증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었다. 정책 결정의 구체적인 논거와 치열한 고민의 과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고, 국민은 그저 결정된 사항을 통보받는 수동적 존재에 머물러 왔다. 물론 그들만의 리그도 일방적인지 스스로도 이해를 하면서 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도입된 부처별 업무보고 생중계는 이러한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었던 과거의 관행을 정면으로 타파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국정 운영을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국정의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국민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고 직접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듯 국정의 주체는 국민이며, 정책 형성 과정은 투명하게 주권자인 국민에게 검증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카메라 앞에서 ‘여과없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더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행정의 ’설명책임(Answerability)‘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날카로운 질문에 장·차관이나 국장들이 직접 답변하는 모습은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관료 사회에 긍정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점은 공무원이 상급자가 아닌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공직 윤리를 다시 한번(혹은 처음으로)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요즘 세대 말로 ‘팝콘각, 관전잼’이 있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의 각부처 보고 생중계가 OTT보다 재미있다’, ‘요즘 유투브로 부처업무보고 짤을 보면서 웃는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서 더 업무보고에 관심이 생겨서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찾아보게 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도 이번 생중계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누구나 전체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짜뉴스의 생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국민의 실제적인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이는 2024년 계엄이후 혼란한 국정 운영과 정치적인 이슈, 국민의 불안감 가중, 경제 상황 위축 등의 전반적인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신뢰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공직 사회의 심리적 압박이나 형식적 생경함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얻어지는 국민적 신뢰와 민주주의의 성숙이라는 가치는 그 어떤 부작용보다 크고 얻는 이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된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안일하게 일 한 점에 대한 재점검 및 향후 대한민국 발전을 위하여 공무원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더 단단히 챙길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한치의 이의가 없다. 우리도 어렸을 때 학교에서 시험을 본다고 하면 평상시에 공부를 안하던 학생들도 책이라고 들춰 보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더 잘 집중해서 듣고 줄이라도 그르려고 하지 않던가. 이번 행정부 보고는 ‘쪽지시험’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결국 이 모든 변화와 긍정적인 현상을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투명성의 원칙과 궁금한 것을 알 수 있는 이 상황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으로 안착할 때, 우리는 비로소 ‘국민 주권 시대’의 진정한 ‘국민’ 의미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 현장이 넷플릭스보다 흥미진진한 나라, 국민의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정책에 녹아드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강하게 느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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