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관념 대신 몸에 밀착하는 소설 쓸터
차현숙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1월 01일(목) 22:33
소설 당선자 차현숙
습작하는 동안 변비를 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똥’을 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압니다. 씹어 삼킨 음식물이 위를 거치고 장으로 흘러 서로 부대끼며 꾸역꾸역 내려가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세상 나오는 일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요. 묵묵부답인 것을 보면 야속합니다. 그럴 때 속담 하나를 떠올립니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라는. 비유뿐 아니라 날것의 의미로도 촌철 같은 선인의 해학에 잠시 웃습니다. 시원한 마중물 한 바가지 마셨으면 하면서요.

글을 쓰는 일도 똥을 누는 일과 참 비슷합니다. 설익은 문장들이 뱃속에서 우르르쾅쾅 소리를 내다 어찌어찌 밀려 내려갑니다만 그렇게 어렵게 소설이 되어도 언제 세상 빛을 볼지 모릅니다. 매끈한 황금똥을 꿈꾸며, 방귀 한 번, 징조라도 보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남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생리 현상일지 모르나, 오랜 정체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지요. 첫 방귀는 생 에너지가 다시 흐른다는 가장 정직하고도 경이로운 신호라는 것을요.

마중물을 부어주신, 그래서 징후를 심어주신 심사위원님과 광남일보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답답한 속이 조금 풀렸으니 다시 부지런히 글을 먹고 소화시키며 생산하겠습니다. 글은 몸을 타고서야 흘러나올 수 있듯, 소설도 독자의 호흡과 감각을 타고 들어가야 하겠지요. 육체성 깃든 글쓰기 경험을 교훈삼아 관념으로 떠도는 글이 아닌 몸에 밀착하는 소설을 쓰겠습니다. 읽고 난후에는 말의 생기가 남아 몸 너머, 소설 너머, 우주를 상상하게 하는 황금 같은 소설을 쓰겠습니다.

정부의 평생학습 강좌 역시 칭찬하고 싶습니다. 저는 공공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소설을 공부했습니다. 지극히 소박한 돈으로 풍성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수업을 듣는 내내 그 점에 많이 감동했습니다. 문학만큼은 돈 묻지 않고도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발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신념으로 수업을 이끌어 주신 남산도서관 소설창작반 박경희 작가님과 문우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소설만 읽는 아내를 무용하다 탓하지 않고 귀하게 바라봐 준 남편, 해운 씨에게 사랑과 존경을 전합니다. 당신 그늘이 있어 편히 읽고 쓸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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