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주·전남 행정통합, 광주시민을 위한 3가지 제언

박필순 광주광역시의원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1월 13일(화) 17:21
박필순 광주광역시의원
광주와 전남이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 앞에 섰다.

지방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행정통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블랙홀이 지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지금, 우리는 몸집을 키워 대항마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초광역권 전략과 맞물려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도 확인되었다. 2026년 7월 통합 광역정부 출범이라는 목표를 향해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우리는 지금 백년대계를 좌우할 갈림길에 서 있다. 진정한 통합과 지역 발전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통합의회 의원 정수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이 필수적이다. 통합이 성사되면 인구 320만 명, 예산 규모 20조 원이 넘는 초거대 광역자치단체가 탄생한다. 막강해진 통합단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할 의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하지만 현재의 의석 분포는 심각한 불균형을 안고 있다.

전남도의원 61명 대 광주시의원 23명이라는 현재의 구도가 통합의회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광주의 목소리는 구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통합 후 실질적인 자원 배분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광주의 이익이 침해되고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전남 인구 177만, 광주 인구 139만이라는 인구 비례를 반영하는 의원 정수 비율 조정안과 광주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이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

둘째, 광주 자치구의 위상 강화와 도시 정체성 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광역 통합, 기초 유지’ 모델 하에서는 자칫 광주라는 도시의 구심점이 사라지고 5개 자치구로 파편화될 우려가 있다. 광주는 역사적으로나 기능적으로 하나의 거대 생활권이자 유기적인 도시 공간이다.

하지만 통합 이후 광주광역시 없이 광주의 5개 자치구와 전라남도의 22개 시·군이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되면, 광주 전체를 아우르는 도시 계획과 관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광주의 구청장이 군수 수준의 실질적 권한과 역할을 행사할 수 있도록 위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통합 정부 산하에 ‘광주특례시’를 두어 도시 행정의 특수성을 살리고, 광주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행정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셋째, 시민의 뜻을 받드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현재 물리적 시간 부족과 비용 문제를 들어 시·도의회 의결로 주민투표를 갈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결정이다. 만약 현실적인 여건상 주민투표 실시가 정녕 어렵다면, 그에 버금가는 수준의 심층적인 대시민 설명과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정책을 알리는 홍보를 넘어 통합의 실익과 우려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시민의 동의 없는 통합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향후 정통성 시비와 갈등의 불씨가 될 뿐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에 남을 가장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모처럼 중앙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판을 깔아주었고, 광주와 전남 양측 단체장이 맞손을 잡았다. 이 기회가 진정한 지역의 대부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의 ‘속도’이자 ‘방향’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준비 부족이나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통합이 무산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지역 소멸의 파고 앞에서 역사가 진보하는 측에 설 것인가, 아니면 도태되어 후퇴하는 길로 향할 것인가. 그 운명은 지금 우리의 치열한 준비와 결단에 달려 있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8292491527819129
프린트 시간 : 2026년 01월 14일 01: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