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개편 없인 지속성 흔들…성장 한계·경쟁력 약화 우려

[광주·전남 산업단지 대해부]<1>프롤로그
분양률은 높은데 구조는 정체…산업단지 전환 동력 약화
노후·고밀·집중 구조 고착…확장성·유연성 한계 드러나
현재 지표는 안정적이지만 미래 산업 수용력은 불투명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1월 19일(월) 19:23
광주첨단산업단지
광주·전남 산업단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분양률과 가동률만 놓고 보면 이미 충분히 채워진 공간에 가깝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산업 구조 전환이 쉽지 않은 현실이 동시에 드러난다. 공장 수와 생산 규모는 유지되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을 담아내기에는 공간과 기능, 업종 체계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의 경우 주요 산업단지 상당수가 1980~1990년대에 조성된 노후 산단이다. 조성 당시에는 도심에 산재한 공장을 집단화하고 제조업 기반을 빠르게 확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 산업 구조를 기준으로 설계된 용도 체계와 필지 구조는 시간이 흐르며 현재의 산업 흐름과 점차 어긋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고밀 구조다. 주요 산단 대부분이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 신규 기업 유입이나 업종 전환을 위한 물리적 여유가 거의 없다. 공장을 비우고 새 산업을 들이기보다는 기존 업종이 그대로 유지되는 방식으로 산단이 굳어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용도 규제와 필지 구조 역시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된 산업시설용지는 연구개발(R&D), 시험·실증, 복합 업무 기능을 요구하는 신산업과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광주 산업단지는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지 못하는 공간이 아니라, 들어와도 머물기 어려운 공간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의 산업단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공실 문제보다는 생산과 수출, 고용이 소수의 국가산업단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구조적 과제다. 국가산단이 전남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외부 변수에 대한 취약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산단과 농공단지가 기업 수에서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생산과 수출, 고용의 질적 성과가 국가산단에 쏠리면서 산업 생태계의 지층이 두텁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단지가 서로 연결된 체계라기보다는 분절된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광주와 전남의 산업단지는 각기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광주는 노후·고밀 구조 속에서 산업 전환의 여지가 좁아지고 있고, 전남은 국가산단 중심 구조가 굳어지며 산업 생태계의 균형과 지속 가능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분양률과 가동률이라는 동일한 지표를 두고 전혀 다른 고민이 이어지는 이유다.

공통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양 지역 모두 산업단지를 ‘얼마나 채웠는가’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높은 분양률과 생산 실적은 현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그 구조가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할 수 없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산업단지 정책 운용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그동안 산업단지 정책은 신규 조성이나 분양 실적 관리에 무게가 실려왔고, 이미 조성된 산단 내부의 업종 재편이나 기능 전환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 왔다. 채워진 산단을 전제로 한 관리 중심 정책이 이어지며 변화의 필요성은 인식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체감도 역시 엇갈린다.

기존 제조업 중심 기업들은 안정적인 입지와 인프라를 장점으로 꼽는 반면, 신기술·융합 산업 분야 기업들은 공간 제약과 용도 규제로 인해 확장이나 이전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있다. 산업단지가 ‘성장 공간’이 아니라 ‘현 상태를 유지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배경이다.

공간 활용 측면의 한계도 분명하다.

산업시설용지 비중이 이미 절반 수준에 머문 상황에서 연구·지원·복합 기능을 추가로 담아낼 여력은 제한적이다. 물리적 확장이 어려운 구조 속에서 공간 재배치나 복합화 논의가 필요하지만 제도와 계획은 여전히 기존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 전환 속도의 격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자동화와 공정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산업단지 전체 차원의 구조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기업의 변화 속도를 산단 제도와 공간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산업단지가 변화의 시작점이 아닌,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산업단지를 단순한 관리 대상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업종 재편과 기능 고도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산단별 특성과 산업 흐름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 없이는 구조 전환 논의 자체가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를 단순한 입지나 부동산 개념으로 접근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 구조 변화 속도에 맞춰 업종과 공간, 기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높은 분양률과 생산 실적 역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명예교수는 “산업단지를 얼마나 분양했는지, 공장이 몇 곳 가동 중인지로 성과를 판단하던 방식은 이제 구시대적이라 봐야한다”며 “중요한 것은 현재 들어와 있는 산업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광주는 노후 산단의 공간·용도 규제가 전환을 가로막고 있고, 전남은 국가산단에 성과가 지나치게 집중된 구조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산업단지를 단순한 입지 집합이 아니라 산업 전략을 실험하고 재편하는 플랫폼으로 재정의하지 않으면 분양률과 생산 실적이 오히려 변화의 발목을 잡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산업단지 구조 전환이 지연될수록 지역 산업의 선택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광주·전남의 산단이 미래 세대까지 책임질 수 있으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며 “지금이야말로 신규 조성보다 기존 산업단지의 업종 재편, 기능 고도화, 유연한 공간 활용에 대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8818199528338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01월 20일 00: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