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갈 곳 없어…누워 있으면 허리뼈가 시려요"

[쪽방촌 주민의 힘겨운 겨울나기]
동구 대인동 여관촌…사고·부도로 내몰린 주민들
찬바람 새는 주거 환경…전기장판·온풍기에 의지

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2026년 01월 21일(수) 18:46
김연복씨는 21일 광주 동구 대인동에서 영하 7.5도의 추위를 전기장판과 온풍기에 의지해 버티며 지내고 있다.
“보일러를 튼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납니다. 휴일에는 공공기관도 안 열어서 어디 피할 데가 없어요.”

21일 광주 동구 대인동의 오래된 여관촌.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5도까지 떨어지면서 낡은 여관 건물들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 채 문틈마다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김복연씨(60)가 생활하는 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은 전기장판과 1만원짜리 미니온풍기가 유일한 난방 수단이었다.

2~3평 남짓한 좁은 공간은 전기장판을 켜도 잠시만 따뜻할 뿐 금세 냉기로 가득 찼다. 김씨는 “방 안의 기온이 밖과 별 차이가 없다. 입김이 보일 정도로 춥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래 건설현장 일을 했다. 손도 야무져 남들이 꺼리는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3년 전, 퇴근길에 당한 뺑소니 사고로 다리를 다쳐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긴 병원 생활 후 복귀한 현장은 그를 더 이상 받아주지 않았다. 장애가 남고 일도 끊기면서 여러 고시원과 찜질방을 전전하다 결국 이곳 쪽방촌에 들어왔다.

사고 이후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그는 종종 술에 기댔다.

김씨는 “몸이 아프고 일도 못 하니 술에 기대게 되더라”며 “방에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술이 먼저 떠오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끼니 해결도 쉽지 않다. 평일 오전엔 무료급식소를 찾아 점심을 해결하지만, 주말엔 방 안에서 가스버너로 끓인 라면 등 즉석식품이 전부다.

김씨는 “뜨거운 것을 먹어도 방이 너무 차서 금방 식어버린다”며 “빨래 역시 찬물로 할 수 없어 대부분 외부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 수년째 머물고 있는 문정국씨(66)는 “예전엔 충장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어깨 펴고 살던 때가 있었다”며 “부도와 이혼이 겹치며 삶이 한 번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가족과 연락이 끊기고 지인들과도 멀어지며 마음 둘 곳이 사라지자 쪽방촌을 찾았다.

문씨는 “겨울에는 바닥이 너무 차서 누워 있으면 허리뼈가 시릴 정도다”고 말했다.

난방 시설이 안 된 방 바닥에서 냉기가 차오르고, 이불을 몇 겹 덮어도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는 “겨울에도 온수가 나오지 않아 샤워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추위를 참고 버티다 감기로 앓아누운 적도 많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고립’이었다. 쪽방촌 주민들은 건강, 가족 문제, 사업 실패 등으로 삶의 기반을 잃고 이곳에 모여든 경우가 많아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리다 보니 방 문을 닫고 혼자 지내기 일쑤다.

문씨는 “한때는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정말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추위와 외로움을 견딜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두렵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동구는 지난해부터 사회적 고립 위험이 높은 대인동·계림동 일대 여관, 모텔 등 비주거 시설 거주민을 위한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와 ‘쪽빛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이 시설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누구에게나 세탁과 식사, 샤워, 건강 상담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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