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스타트업]남도소반

내수 경쟁 대신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전시 기획 이력 살려 브랜드 컨설팅도
제품 아닌 ‘경험’으로 해외 바이어 확대
“수출, 물건과 함께 문화를 전달하는 일”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1월 26일(월) 09:02
최용준 남도소반 대표와 아버지 최종재씨
글로벌 식문화의 흐름은 더 이상 ‘현지화된 한식’에 머물지 않는다. 각국의 식탁 위에서 한국의 식재료가 어떤 맥락으로 소비되고,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되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특히 수산물과 해조류를 중심으로 한 한국 식품은 건강, 지속가능성, 스토리텔링이라는 키워드를 만나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목포에서 출발한 남도소반(대표 최용준)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가장 현장에서 체감하며 움직이고 있는 기업이다.

남도소반은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산물과 가공식품을 해외 시장에 연결하는 수출 전문 기업으로, 단순 유통을 넘어 제품 기획, 브랜딩, 패키징, 해외 판로 개척까지 아우르는 ‘원스텝 솔루션’을 구축해왔다.

남도소반을 이끄는 최용준 대표는 수산업 가정에서 자랐지만, 전공과 커리어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중국과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언어와 문화를 익혔고, 프랑스에서는 전시·공연 기획 일을 하며 ‘보여주는 방식’의 중요성을 배웠다.

최용준 남도소반 대표
남도소반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김, 감태 페스토를 사용한 음식
전환점은 코로나19였다. 해외와 서울을 오가며 일하던 그는 팬데믹을 계기로 잠시 멈춰 섰고, 아버지가 몸담아온 수산물 현장을 다시 들여다보며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체감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최용준 대표는 “처음부터 수산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었다”며 “다만 이 자원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방식은 아직 너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한계는 ‘제품의 경쟁력’이 아닌 ‘전달 방식’이었다.

최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보면, 좋은 제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언어의 문제라기보다 문화와 맥락의 문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지역의 많은 식품 제조사들은 수출을 원하면서도 라벨 표기, 패키징 디자인, 현지 규제 대응 등 복합적인 장벽 앞에서 첫걸음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남도소반은 이 지점에서 역할을 확장했다. 자체 제조와 유통은 물론, 전남 지역 중소 식품기업들의 수출 과정 전반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단순히 제품을 받아 해외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소비 문화와 규제에 맞춰 레시피를 조정하고, 패키징과 브랜드 콘셉트를 새롭게 설계했다.

최 대표는 이를 두고 “수출은 물건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문화를 번역하는 일에 가깝다”며 “저희는 유통만 하는 회사라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필요한 걸 같이 만들어주는 팀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성과의 핵심으로 ‘현지 이해’를 꼽는다. 현재 남도소반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에 맞는 콘셉트를 설계하고, 패키징과 브랜딩, 바이어 미팅까지 함께하며 현재 약 300여종의 상품과 40여개 이상의 제조사와 협업 중이다. 수출 국가는 미국, 캐나다, 대만, 호주, 스위스, 베트남 등 8개국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진행된 러시아 수출상담회에서 최용준 대표가 해외 바이어들과 만나 상담하고 있다.
남도소반의 접근 방식은 개별 제품에서도 드러난다. 그중 하나가 전남 지역 해조류를 활용한 페스토 제품이다.

전통적인 서양 소스로 인식되는 페스토를 한국의 수산 식재료로 재해석해, 해외 소비자에게 보다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용준 대표는 “낯선 식재료를 그대로 소개하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음식의 형태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페스토는 조리법과 활용도가 명확해 해외 시장에서도 진입 장벽이 낮은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제품은 단순한 ‘한식 변주’가 아니라, 현지 식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는 식재료로 포지셔닝되며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사례는 ‘비인기 어종’의 재발견이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는 헐값에 거래되던 어종이 중화권 시장에서는 오히려 선호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값이 낮다고 해서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없는 건 아니다”며 “중요한 건 시장을 나눠서 보는 시선이다.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관심 갖지 않는 영역이 우리 같은 회사에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도소반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로 하는 대중 어종보다는 색돔, 쥐치 등 국내 소비가 적은 어종을 중심으로 중화권을 비롯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해외 박람회에 진열된 남도소반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오징어 스낵
대만에 수출하는 생선 원물을 작업하는 모습
브랜딩 전략 역시 남도소반의 강점이다. 전시 기획자 출신이라는 이력을 살려 해외 박람회에서도 단순한 제품 진열이 아니라, 콘셉트와 스토리를 담은 공간 연출을 통해 바이어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오징어 스낵 제품의 경우, 단순한 식품이 아닌 문화 콘텐츠로 접근했다. 글로벌 흥행 콘텐츠에서 착안한 콘셉트를 패키징과 전시 부스에 반영하며, ‘먹어보는 경험’ 이전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경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 건강 간식, 고단백 스낵이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이러한 전략의 배경에 대해 “식품은 보수적인 시장이지만, 한 번 인식이 바뀌면 오래 간다”며 “그래서 더더욱 처음 만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에 대한 시선도 분명하다. 동시에 남도소반의 역할을 ‘혼자 성장하는 기업’이 아닌 ‘함께 나가는 구조’로 정의했다.

최 대표는 “좋은 제품은 이미 지역에 충분히 많다. 문제는 그 제품이 해외 소비자에게 어떤 언어와 어떤 맥락으로 전달되냐이다”며 “좁은 내수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도움이 필요한 기업들과 손잡고 해외로 나가는 편이 훨씬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데이터를 쌓는 단계라 생각한다. 어떤 제품이, 어떤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충분히 확인한 뒤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이라며 “유행을 좇기보다는, 오래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도소반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김 페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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