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예술이 남긴 것은 장면이 아니라 방향이다 남궁윤 기획자·예술감독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26년 01월 29일(목) 17:52 |
![]() |
| 남궁윤 기획자·예술감독 |
전시는 하나의 완성된 결과라기보다, 회화와 퍼포먼스, 미디어와 프로젝트가 같은 시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회화는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퍼포먼스는 장면으로 끝나지 않으며, 미디어와 프로젝트는 기록을 넘어 다음 시도로 이어진다. 전시는 장르를 나열하는 형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예술 언어가 충돌하고 연결되며 새로운 감각과 방향을 만들어내는 장이다.
광주에는 ‘예술의거리’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이 있다.
2025년 예술의거리 예술감독으로 나는 이 공간을 완성된 장소라기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실험의 장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예술의거리는 정해진 틀 안에서 반복되는 프로그램으로 유지되기보다, 실험이 허용되고 실패가 축적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난다. 예술은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계속 갱신되는 시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의 문화정책은 종종 결과 중심으로 평가되어 왔다.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얼마나 많은 관객을 모았는가가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 전시는 무엇을 남겼는가가 아니라, 이후의 실험을 가능하게 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예술은 공간을 장식하거나 도시의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은 이 도시에서 아직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을 실제로 실행해보는 과정이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 또한 하나의 장면을 완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회화가 다시 몸과 만나고, 퍼포먼스가 미디어를 통해 확장되며, 프로젝트가 전시 이후에도 도시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예술가가 잠시 머물다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작업을 이해하고 함께 시간을 쌓아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전시는 언젠가 끝난다. 작품은 철수되고, 며칠 뒤 그 공간은 다시 다른 일상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예술이 남긴 것은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새로운 방향을 향해 한 걸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예술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이 다음 전시와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질 때, 예술은 미래가 된다.
예술이 남긴 것은 장면이 아니라 방향이다.
나는 이 방향이 더 많은 실험으로, 더 열린 협업으로, 그리고 더 긴 시간의 프로젝트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전시가 끝난 자리에서 다음 시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회화와 퍼포먼스, 미디어와 프로젝트가 다시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는 일. 지금 이곳에서의 작은 시도들이 언젠가 도시의 감각을 바꾸는 흐름이 되기를 믿으며, 그 가능성을 향해 계속해서 다음을 준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