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득 안 되는 불기소…마지막 수단으로 법원 찾는다 광주고법 재정신청 매년 급증…지난해 600건 넘어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
| 2026년 02월 05일(목) 1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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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아든 A씨는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수사 끝에 돌아온 답은 ‘혐의 없음’이었다. 분명 피해를 입었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사건은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 듯했다. 항고마저 기각됐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허탈함과 분노가 뒤섞였다. 그럼에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A씨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듯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을 택했다.
검찰의 잇단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수사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고소·고발인들이 대거 재정신청에 나서며, 광주고등법원이 사실상 검찰 판단을 다시 묻는 ‘마지막 심판대’로 몰리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고법에 접수된 재정신청 사건은 총 60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504건에서 97건이 늘어난 수치다. 2023년에도 468건을 기록하며 증가 흐름을 보였고,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재정신청은 검사가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인이 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피의자의 유·무죄 판단과는 별개로 반드시 공소가 제기돼 정식 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검사의 기소 독점에 대한 사법적 통제 장치이자, 수사 결과에 불복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진다.
광주 한 변호사는 “본인은 분명히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데, 수사기관에서 ‘혐의 없음’이 나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고소인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받다 보니 그대로 납득하기 어려운 당사자들의 심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매년 재정신청이 늘어나면서 법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광주고법에서는 수년째 판사 3명이 재정신청을 겸임하고 있는데, 판사 1인당 처리 건수는 2023년 평균 156건에서 지난해에는 200건으로 증가했다.
다만 재정신청 인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광주고법 인용률은 2023년 1.5%(약 7건), 2024년 1.3%(약 7건), 지난해 1.4%(약 8건)로 큰 변화가 없다. 재정신청 접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로 법원이 공소 제기를 결정하는 비율은 전체의 1%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재정신청 판단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강제로 공소가 제기되는 구조인 만큼, 무리한 기소로 인한 피의자의 권리 침해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고법 한 판사는 “재정신청 사건은 기록만으로 판단해야 하고, 검찰의 불기소 판단을 뒤집을 만큼 명확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유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공소 제기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신청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재정신청을 제기한 이들 상당수는 “결과보다 과정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공통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법조계에는 사법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매년 재정신청 등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정신청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전담 재판부를 확대하거나, 공소유지를 검찰이 아닌 별도의 주체가 맡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 뚜렷한 제도적 대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법원은 사건 추이를 지켜본 뒤 정기인사 시기에 맞춰 겸임 인원을 늘리는 사무분담 조정을 통해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정신청까지 오지 않도록 하는 사법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불기소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에 대해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절차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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