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서진 조각 위 피어난 현대미술 ‘불완전의 미학’ ‘파편의 파편: 박치호·정광희’전 11일부터 ACC서
글·사진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
| 2026년 02월 11일(수) 1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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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호 작 ‘망각’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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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호 작 ‘빅맨’ 시리즈. |
전시장에 들어서면 신체의 형(形)이 가장 먼저 맞아준다. ‘빅맨’은 안정된 테두리 속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는 몸의 일부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정착되지 않고 표류하는 시선을 유도, 몸 자체에 몰입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형태로 접고 꽂은 장지에 먹물을 들여 화면을 열맞춰 채운 ‘자성의 길’은 물성 및 우연성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노동집약적 특성을 바탕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성찰의 시간을 시각화한다.
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이 ACC 지역협력협의회의 추천으로 기획해 선보인 ‘파편의 파편: 박치호·정광희’ 전시에서 접할 수 있는 전경이다.
전시에 참여한 박치호, 정광희 작가는 각각 여수, 고흥 출생으로 남도의 중견 작가들이다. 이들은 남도 수묵 정신을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해 가장 지역적인 색채가 어떻게 인간다움이라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전시로 보여준다.
‘파편의 파편’이라는 전시 제목은 박치호 작가의 작업노트에서 발췌했다. 삶의 상처와 기억이 단한번의 균열로 끝나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시 나뉘고 겹쳐지며 깊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여기서 파편은 단순한 부서짐의 결과물이 아닌 지난 시간과 경험이 머물다 간 소중한 흔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전시는 파편에 빗대 해석한 두 작가의 시선으로 인간의 불완전함이 지닌 본연의 가치를 따라 간다.
먼저 박치호 작가는 수묵의 번짐 기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상흔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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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4월5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파편의 파편: 박치호·정광희’ 전시를 선보인다. 사진은 정광희 작가의 작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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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편의 파편: 박치호·정광희’ 전시 전경. 왼쪽에 설치된 작품은 박치호 작 ‘마른 나무’. |
박치호 작가가 신체의 파편을 통해 인간의 상흔을 드러낸다면, 정광희 작가는 수묵을 바탕으로 달항아리와 먹이라는 전통 매체를 활용해 사유를 시도한다.
정광희 작가는 온전하지 않아 보이는 조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의도적으로 깨뜨린 달항아리의 파편을 설치 작업으로 재구성해 상처 입은 존재가 스스로의 의미를 어떻게 다시 세워가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달항아리는 작가에 의해 균열되면서 고정된 틀을 벗어난다. 깨진 조각들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형미는 회복과 수양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한지 위에 먹물이 담긴 달 항아리를 던져 깨뜨리는 ‘나는 어디로 번질까’는 세상에서의 역할과 사회적 존재의 의미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굽히면 온전해진다는 ‘도덕경’의 ‘곡즉전’에서 영감을 받은 ‘파즉전’은 무등갤러리와 전남수묵비엔날레, 독일 초청전, 영암 도갑사 등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로 형성된 달항아리 파편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음으로서 자신을 깨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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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희 작 ‘파즉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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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치호, 정광희 작가. |
박치호 작가는 “산다는 것은 상처 위에 상처가 남고, 그 위에 또다른 상처가 생기는 일이다. 살아있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들인 셈이다. 이 상처 덩어리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정광희 작가는 “우리가 익숙하게 믿어온 온전함과 예술의 온전함 사이에는 미세한 틈이 있다. 그 틈을 따라 고정된 정의를 느슨하게 풀어보려는 시도가 작업의 출발점이다. 서툴고 부족한 상태까지 남겨둘 때, 온전함은 비로소 스스로의 형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상욱 전당장은 “수묵을 기반으로 한 각기 다른 조형언어로 부서짐, 상처, 기억, 회복이라는 보편적 인간 경험을 새로운 미감으로 보여준다. 남도미술이 지닌 깊은 사유와 절제된 미감이 어떻게 국제적인 감성과 맞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라며 “이번 전시가 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이 겪는 마음의 균열을 조용히 보듬어 주는 회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지난 11일 개막, 오는 4월 5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된다.
글·사진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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