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음식·웃음으로 채운 고려인의 ‘설 축제’ [광주 고려인마을 ‘설 맞이 행사’]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
| 2026년 02월 12일(목) 2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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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려인마을이 설 명절을 앞둔 12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고려인 동포를 위해 마련한 ‘설날 맞이 축제 한마당’을 개최했다. 사진은 고려인들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설 명절을 앞둔 12일 오전 10시30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 지하 1층 강의장. 이른 시간부터 모여든 고려인 어르신 60여명이 서로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며 강의장을 따뜻한 온기로 채웠다. 곳곳에서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정겨운 대화가 오갔고,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사)고려인마을이 설을 타국에서 맞이하는 고려인 동포들을 위해 마련한 ‘설날 맞이 축제 한마당’이다. 이날 행사에는 키르키즈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고려인들이 참여해 고향 명절의 정서를 함께 나눴다.
행사는 치매예방 체조로 시작됐다. 음악에 맞춰 천천히 팔과 다리를 움직이던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이어진 전통공예 체험 시간에는 자개 스티커를 이용한 거울 꾸미기가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강사의 설명을 유심히 듣고 스티커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붙이며 자신만의 거울을 완성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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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려인마을이 설 명절을 앞둔 12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고려인 동포를 위해 마련한 ‘설날 맞이 축제 한마당’을 개최했다. 사진은 자개 스티커를 이용한 거울 꾸미기를 완성한 고려인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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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려인마을이 설 명절을 앞둔 12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고려인 동포를 위해 마련한 ‘설날 맞이 축제 한마당’을 개최했다. 한 고려인이 아리랑을 노래하는 모습. |
행사 분위기는 노래교실에서 한층 달아올랐다. 한 고려인이 마이크를 잡고 ‘아리랑’을 부르자, 강의장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박수와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이어 ‘남행열차’, ‘해뜰날’까지 노래가 이어지면서 강의장은 순식간에 작은 공연장으로 변했다. 강사가 한 구절을 선창하면 어르신들이 따라 부르고,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합창을 이어가며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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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려인마을이 설 명절을 앞둔 12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고려인 동포를 위해 마련한 ‘설날 맞이 축제 한마당’을 개최했다. 사진 고려인들이 책을 보며 한국 노래를 공부하는 모습. |
광주에 정착한 지 10년째인 최벨라(71)씨는 환한 표정으로 “고려인마을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공예체험도 재미있고 노래교실도 흥겨워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설 연휴에는 가족들과 세배도 하고 윷놀이도 하며 교회 예배도 드릴 예정”이라며 “올해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김마리타(70)씨는 “마을합창단에서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웠다”며 “명절마다 행사가 열리지만 설날이라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설에는 딸과 손녀와 함께 교회에 가서 건강과 안녕을 기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어르신들은 2층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치와 깍두기, 수육곰탕, 고사리무침, 기정떡 등이 차려진 식탁에서는 서로 음식을 권하며 안부를 묻는 정다운 모습이 이어졌다. 식당 안에는 명절 특유의 푸근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행사는 설 명절 분위기를 넘어 또 다른 감동으로 이어졌다. 고려인마을은 2월 생일자 7명에게 칫솔·치약세트, 구충제, 화장품 등 생필품을 전달했다. 이어 케이크가 등장하자 참가자들은 러시아어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큰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처음 광주에 왔을 때 설날이 언제인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며 “고려인들은 설에 물만두를 먹으며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사가 가족과 이웃이 함께 따뜻함을 나누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며 “모든 고려인이 즐겁고 풍성한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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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려인마을이 설 명절을 앞둔 12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고려인 동포를 위해 마련한 ‘설날 맞이 축제 한마당’을 개최했다. 사진은 고려인이 점심을 먹는 모습. |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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