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삶 존중…동등한 존재로 마주 서기 제안"

■동계올림픽 현장 밀라노서 작품 선보이는 김근태 작가
‘ArtPara@Milano…’ 그룹전 기획·출품 내달 8일부터
30개국 142 작가 참여…현지 공간 맞춰 신작 20점 출품
"자신의 또 다른 얼굴 발견하길"…내달 4일 출국 활동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2월 24일(화) 18:55
김근태 화가
발달장애아동을 20년 넘게 그려온 그는 자신도 5·18광주민중항쟁 시민군 출신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탓일까. 목포 고하도의 공생 재활원에 있는 발달장애아들을 만나면서 그는 그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아래로부터 사랑을 베풀며 화면을 다져온 그는 국내 서양화가 최초로 2015년 미국 UN본부에서 전시를 여는 기록을 세운데 이어 이후 리우 패럴림픽 초대전, UN제네바사무국 초대전에서 장애아동들과의 그룹전, 평창 패럴림픽 전시, 5대륙 발달장애 작가들이 함께한 ‘2022 들꽃처럼 별들처럼2’전 등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회화정신을 십분 발현했다.

사랑과 나눔, 포용 정신이 투영된 작품들은 그 가치를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나주에 창작실을 두고 하루 종일 작업에 매진해온 김근태 작가가 주인공으로, 그가 이번에는 동계올림픽 현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ArtPara@Milano Cortina 2026’ 그룹전에 참여한다. 기획 역시 김 작가가 맡아 주목된다.

전시는 3월 8일부터 18일까지 구 포르나체 골라에서 열리며, 30개국 14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장애와 비장애, 개인과 사회,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연결의 미학을 탐구하는 이번 밀라노 전시는 ‘공존과 연결’을 중심 주제로 진행된다. 전시 큐레이팅은 존재의 존엄(Dignity of Being), 시선의 교차(Crossing Gazes), 공존의 풍경(Landscape of Coexistence) 등이다. 김 작가는 밀라노 공간을 위해 제작되는 신작 등 20점이 출품된다.

전시에 앞서 김 작가를 최근 만나 회화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장애에 대한 직접적 경험을 바탕으로 섬세한 예술적 탐구를 끌어내는데 주력했다. 개인적 경험을 통해 장애인을 반영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김 작가는 개인적 경험이 예술에 미친 영향으로 5·18항쟁을 꼽았다.

“1957년 광주 출생으로 대학 시절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습니다. 생사가 뒤엉킨 참상, 극도의 공포와 긴장,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은 제 존재의 심층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았죠.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와 함께 후천적 한눈 실명, 청각 장애를 겪어왔어요. 그러나 저의 작업은 ‘장애’를 주제로 선택한 결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삶이 예술로 스며든 결과입니다. 저에게 결핍은 결핍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감각 체계이자 존재 방식이었죠. 한쪽 눈의 상실은 시야의 축소가 아니라 시선의 집중을 낳았고, 청각의 제한은 외부 소음 대신 내면의 울림을 증폭시켰습니다.”

그래서 작가에게 예술은 설명의 도구이자, 언어 이전의 감각을 전달하는 매개로 풀이된다. 2015년 100m에 달하는 100호 77점 연작을 완성할 당시도, 오른쪽 눈은 이미 실명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2020년 5000점의 드로잉을 제작할 당시에는 어깨 회전근이 파열된 상태였다. 하지만 김 작가는 특유의 예술가적 기질을 발휘해 현재도 몇 가지 질병을 앓으면서 200호 25점의 대형 작업을 이어가고 있을 만큼 창작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회화 인생 30년 동안 작가의 작업적 변화 또한 폭과 깊이가 더해졌다. 기술적, 서사적 측면에서 발전해온데다 재료나 스타일, 작품 속 인물과의 관계 형성 방식 등 여러 변화지점들이 읽힌다.

발달장애아동을 20년 넘게 그려온 김근태 작가가 동계올림픽 현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ArtPara Milano’ 그룹전에 참여한다. 사진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 작가.
작업중인 김근태 작가
초기의 작업이 내면의 고통과 정체성의 해부에 가까웠다면, 최근의 작업은 관계와 공존의 문제로 확장됐다고 이해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재료의 물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유하게 됐고, 화면 안 인물의 내면세계로 관객을 향하도록 구조화했다.

또 인물·작품·관객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자신이 오늘날 지향하는 관계는 연민이 아닌 공감, 동정이 아닌 존엄의 인식이라는 반응이다. 작가는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 ‘마주 서는’ 경험을 하기를 희망한다.

특히 오대륙 발달장애화가와 협업은 ‘대상’에서 ‘주체’로의 전환인데, 그들이 재현되는 것은 객체가 아니라, 예술의 존재론적 주체라는 설명이다. 이는 예술이 인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 ‘장애’라는 범주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타자화된 시선을 해체하고 주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미학적 전환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이전 전시를 통해 장인정신과 혁신이 공존해온 밀라노 현지인들에게 형태를 넘어 정신을 만들어온 만큼, 이런 정서와 맞닿기를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랜 시간 예술과 디자인, 장인정신과 혁신이 공존해온 밀라노는 겉으로는 세련되고 강인하지만, 동시에 가족과 공동체, 관계의 온기를 소중히 여기는 도시라고 느낍니다. 광장의 카페에서 이어지는 대화, 세대를 잇는 장인정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 속에는 이미 ‘공존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죠. 작품 속 인물들은 연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존엄을 지닌 존재로서 관객을 응시하는 만큼 그 시선은 동정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대신, 동등한 존재로 마주 서기를 제안해요. 전시를 계기로 타인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김 작가는 오는 3월 4일 출국, 이탈리아 현지에서 전시 관련 활동을 펼친 뒤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ArtPara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한국 예술가 김근태가 기획했으며, 김근태가 직접 설립한 한국 장애인과 오대륙 친구 협회를 통해 장애인의 창의력을 지원하고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이 전시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포용과 대화, 국제적 연대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문화 올림픽으로 기획됐다. ‘ArtPara@Milano Cortina 2026’은 5대륙 창작자들의 비전과 예술적 탁월함을 기념하며, 현대 회화, 사진, 디지털 아트, 혼합 매체를 선보인다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호주, 아프리카 출신 등 100여명이 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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