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가까워지는 ‘전남의 보·물·섬’] <9>여수 사도

1억년 시간 품은 바다 위 살아있는 박물관
세계 최장 84m 보행렬 선명…공룡 발자국 화석 3500여점 산재
거북바위·얼굴바위 등 기암괴석 가득…자연이 빚은 조각공원
사도~낭도 인도교 추진…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거점 도약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2026년 02월 26일(목) 00:43
사도 전경
사도 전경
얼굴바위
거북바위
사도 민간에 남아있는 돌담
사도의 상징인 공룡 모형
매년 음력 2월 영등일 무렵 바닷물이 빠지면서 사도와 추도, 장사도 등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지는 일명 ‘모세의 기적’이 펼쳐지며 장관을 이룬다.
남도의 섬마다 저마다의 얼굴을 지니고 있지만 여수 사도(沙島)는 단연 독보적이다.

이 섬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지를 넘어, 1억년 전 공룡의 숨결과 수만년에 걸쳐 바다와 바람이 빚어낸 기암괴석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청정한 바다와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으로, 기암괴석이 빚어낸 해안 절경은 방문객에게 휴식과 힐링을 선사한다.

여수시 화정면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사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노천 전시장처럼 펼쳐져 있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 남겨진 공룡 발자국과, 파도가 깎아 만든 바위 조각들이 이어지며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청정한 바다와 고요한 섬마을의 일상은 여기에 쉼과 여유를 더한다.

다가오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사도는 전남을 대표하는 ‘자연·지질·생태 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억년의 시간을 걷다…공룡의 섬 사도

사도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자산은 단연 공룡 발자국 화석이다.

사도는 인근 추도·낭도·목도와 함께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로,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돼 있다. 이 일대에서 확인된 공룡 발자국은 3500여점에 이르며, 특히 인근 추도에는 세계 최장 기록인 길이 84m에 달하는 공룡 보행렬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선착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공룡 모형은 이곳이 한때 공룡들의 삶의 터전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를 걷다 보면, 암반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학술적 가치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현장형 자연유산이라는 점에서 사도의 공룡 화석은 더욱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사도 일대를 ‘지질·생태·교육이 결합된 세계적인 야외 학습장’으로 평가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도에서는 ‘보고 배우며 걷는 여행’이 가능하다.



△파도와 바람이 빚은 기암괴석의 향연

사도의 해안선은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기암괴석으로 가득하다. ‘남해의 해금강’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절경이 섬 곳곳에 펼쳐진다.

섬을 대표하는 거북바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의 형상을 떠올렸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바위다. 육중한 몸체와 거친 질감은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전한다.

얼굴바위는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형상으로, 바라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용바위와 멍석바위는 거대한 생명체가 바다로 몸을 틀며 솟구치는 듯한 모습과 넓게 펼쳐진 암반이 어우러져 자연 조각 공원을 연상케 한다.

사도와 시루섬 사이에 위치한 양면해수욕장은 양쪽에서 파도가 밀려드는 독특한 지형으로,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풍경을 자랑한다. 섬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탁 트인 남해 바다와 함께 갯바위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일출과 낙조,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시간이 머무는 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과 섬마을의 삶

사도에서는 매년 음력 2월 영등일 무렵 바닷물이 빠지면서 사도와 추도, 장사도 등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약 1.5㎞에 달하는 이 바닷길은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며,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특별한 체험의 장이 된다.

이 시기에는 해삼과 낙지, 고동 등을 직접 채취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다는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온 생업의 터전이다.

사도 주민들은 과거 조기와 젓새우로 이름난 바다를 벗 삼아 살아왔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공동체를 지켜온 힘은 지금도 섬 곳곳에 남아 있다.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은 사도의 보이지 않는 정체성이자, 섬을 지켜온 정신적 기반이다.



△인도교 건설과 미래를 향한 변화

사도는 현재 접근성 개선이라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사도~낭도 인도교 건설 사업이 추진되면서 향후 두 섬을 잇는 생태 탐방 축이 완성될 전망이다. 인도교가 놓이면 관광객들은 물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섬을 오갈 수 있어, 체류형 관광의 기반이 크게 강화된다.

여수시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계기로 사도를 핵심 거점 섬 중 하나로 육성할 계획이다. 공룡 화석과 기암괴석이라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자연 보전과 관광 활용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섬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존과 상생

사도는 바다와 바위, 공룡과 사람이 함께 살아온 작은 우주다.

섬의 고립은 한때 불편함이었지만,그 덕분에 사도는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자연유산을 온전히 지켜올 수 있었다.

앞으로 인도교 건설과 생태 보전 노력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느냐에 따라 사도는 지속 가능한 섬 관광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섬. 그것이 사도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박영채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외국에서나 볼 법한 공룡 발자국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을 사도에서는 일상처럼 만날 수 있다”며 “시원한 바다와 태초의 신비를 품은 해안길을 직접 걸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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