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그날처럼…태극기 흔들며 "대한독립만세"

[광주 고려인마을, 3·1운동 107주년 기념행사]
월곡동 골목 500m 행진…일본 헌병 저지 장면 재현
독립선언서 울림 되새겨…"고려인도 독립운동 주역"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3월 02일(월) 16:29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을 주제로 지난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일원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고려인마을 주민들이 3·1만세운동을 재현하며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힘찬 함성으로 일본군을 물리칩시다.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

3·1운동 107주년인 지난 1일 오후 1시30분, 광주 광산구 월곡동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앞 골목은 107년 전 그날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검정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차려입은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박균택 국회의원,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이천영 고려인마을 목사를 비롯해 고려인 동포와 주민, 학생 등 200여명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골목을 가득 메웠다.

이들의 표정에는 비장함과 자부심이 교차했다.

이들은 손에 태극기를 들고 ‘코레아 우라’, ‘대한독립 만세’를 우렁차게 외치며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을 출발해 바람개비지역아동센터, 고려인종합지원센터를 거쳐 다모아어린이공원까지 500m를 행진했다.

행진 도중 일본 헌병 복장을 한 이들이 모형 소총을 들고 만세 시위를 저지하는 장면도 재연됐다.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참여자들은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위협에 맞섰다.

한 어린이가 ‘왜 누구는 만세를 부르고, 누구는 총을 가지고 위협하냐?’고 묻자, 아버지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바라는 평화적 시민운동이다’고 답하며 태극기를 연신 흔들었다. 현장은 단순한 재연을 넘어 세대 간 역사교육의 장이 됐다.

다모아어린이공원에 도착하자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을 주제로 107주년 3·1절 및 연해주 고려인만세운동 103주년 기념행사가 거행됐다.



(사)고려인마을은 지난 1일 광주 광산구 산정동에서 문빅토르 미술관 확장 개관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박병규 청장과 내외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모습.


행사는 국민의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추모 공연, 기미독립선언서 낭독, 추념시, 3·1절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기미독립선언서 낭독이었다.

고려인 후손인 전남대학교 대학생 덴마리나씨(24·여)와 호남대학교 김율랴씨(23·여)는 “조선인이 자주적 민족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의 뿌리 내린 민족의 권위에 의지해 이를 선언하며 2000만 민중의 충성과 정성을 모아 이를 널리 밝히며, 민족이 자유롭게 발전하기를 바라며 이를 주장한다”고 낭독했다. 참여자들은 선언서 내용에 공감하며 3·1운동 정신을 되새겼다.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이 준비한 추모 공연에서는 ‘나의 살던 고향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가 울려 퍼지며 분위기를 따뜻하게 물들였다.

김블라디미르 시인이 ‘일본 침략자와 투쟁한 날’이라는 추념시를 읊었고, 고려인들은 한 구절씩 들을 때마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공감했다.

공원에 자리한 홍범도 장군 흉상 앞에서는 항일무장투쟁의 역사를 되새기는 발걸음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흉상 앞에 서서 그의 업적을 찬찬히 살폈다.

오채윤 학생(대성여고 2년·18)은 “고려인, 고려인마을에 대해 알고 싶어 친구 3명과 함께 기념식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놀랐다”며 “3·1운동에 고려인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고려인마을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고려인 전통 빵 ‘리뾰시카’를 나눠주며 음식문화를 소개했다. 방문객들은 낯설지만 정겨운 맛을 나누며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3·1운동 107주년인 지난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원에서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를 비롯해 고려인, 주민, 학생 200여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하고 있다.


이날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 거장 문빅토르 화백의 전시실도 문을 열었다. 전시실에는 홍범도 장군 초상을 비롯해 고려인의 삶을 재해석한 아크릴화와 동화 삽화 등 50여 점이 걸렸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강제 이주의 역사를 딛고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들은 한국인과 같은 조상을 둔 한 핏줄이다.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얼을 이어받아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지역 주민과 함께 3·1 만세운동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인 선조들은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식량과 자금을 지원하며 항일운동에 나섰다”며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만세운동 기념식을 해마다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72436574531593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03월 02일 22: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