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미공간

남도 식재료 ‘한 상’, 골목 식당서 브랜드로 키운다
연평도 꽃게·지역 농산물 기반 상차림 완성도 차별화
매장 경험 데이터화…온라인몰 ‘담은장’ 매출 확보 탄탄
윤재영 대표 "복합 미식 플랫폼으로 지역과 동반 성장"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3월 03일(화) 19:08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에서 일반부 우수상을 차지한 윤재영 미공간 대표.
윤재영 미공간 대표
윤재영 미공간 대표가 음식을 플레이팅 하고 있다.
미공간 전경
미공간의 주력 메뉴인 간장게장.
간장게장 정식.
간장게장의 속살을 버무린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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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이제 단순히 배를 채우는 소비재가 아니다.

한 도시의 기후와 토양, 그 속에 스민 사람의 손길이 켜켜이 쌓여 완성되는 일종의 문화이자 지역의 얼굴이다. ‘미식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잘 차려진 한 상의 완성도는 곧 그 공간의 정체성이자 지역 브랜드를 결정짓는 척도가 된다.

광주 북구 두암동 말바우시장 인근에서 한식당 ‘미공간’을 일궈온 윤재영 대표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그는 자신의 식당을 단순히 ‘밥 파는 곳’이라는 영업의 종착지로 보지 않는다. 매장에서 축적한 맛과 스토리를 동력 삼아 지역 식재료 기반의 상품 개발과 온라인 유통으로 뻗어나가는 ‘브랜드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미공간이 문을 연 건 지난 2020년 7월, 코로나19의 서슬이 퍼렇던 시기였다. 하지만 윤 대표의 준비는 훨씬 전부터 단단했다. 고교 시절 조리에 관심을 갖고 입문, 대학에서 전공까지 마쳤다. 이후 유기농 레스토랑과 한식 식품회사 등에서 7~8년간 현장의 생리를 몸소 익혔다. 한식 분야에서만 5년 넘게 경력을 쌓으며 창업의 칼날을 갈아왔다.

일식과 양식 등 화려한 선택지가 많았음에도 그는 한식을 고집했다. 광주라는 지역색을 고려했을 때 가장 탄탄한 수요층이 있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한식이 지역성을 가장 깊게 품을 수 있는 그릇이라는 점에 매료됐다.

두암동에 터를 잡은 이유도 치밀했다. 가족 소유의 건물을 활용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말바우시장이라는 지역 자산과 맞물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화려한 번화가의 유동 인구 대신 동네의 진득한 시간을 담아내겠다는 승부수였다.

이러한 선택 배경에는 ‘진심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전달된다’는 윤 대표의 철학이 깔려 있다.

대형 상권의 화려함 대신 골목 안쪽의 정밀함을 택한 그는 매일 아침 말바우 시장 등을 돌며 식재료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시장 상인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얻는 계절의 변화와 산지 정보는 그 어떤 데이터 분석보다 날카로운 경영 자산이 된다.

대표 메뉴인 ‘간장게장 정식’은 연평도 꽃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능이아귀지리탕과 제철 반찬 6종, 흑미솥밥에 후식차까지 엮어낸 한 상의 가격은 2만 9000원.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매장보다 상차림의 밀도를 높여 확실한 차별화를 뒀다. 게장 단품이 아닌, 상 전체의 완성도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식재료 역시 지역의 숨결과 닿아 있다. 전체 재료의 30% 가량을 곡성 외가 농가와 지역 공판장에서 직접 가져오고, 쌀은 50% 이상 지역산을 고집한다. 가족 농가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구조는 고객에게 깊은 신뢰를 주는 동시에, 미공간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는 핵심 기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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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변동성이 큰 지역 농산물을 고집하는 것은 일종의 ‘기회비용’을 감수하는 일이다. 규격화된 대량 납품 식자재를 쓰면 원가 절감은 물론 주방 운영도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표는 이를 기회비용이 아닌 ‘투자’로 해석한다. 남도 특유의 맛깔스러운 풍미는 결국 산지의 신선함에서 나온다는 믿음이 있고, 까다로운 원가 관리의 압박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물론 지역 농산물을 고집하는 행보가 쉽지만은 않다.

기후 변화에 따른 급격한 가격 변동과 불안정한 수급은 원가 관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지역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우리만의 방향성 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운영 구조는 효율성에 방점을 찍었다.

현재 윤 대표와 어머니가 상시 인력으로 뛰고, 주말에만 보조 인력을 두는 소규모 고정비 구조를 유지 중이다. 이는 외식업의 가장 큰 변수인 인건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다.

여기에 매장 매출에만 목매지 않는 구조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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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온라인 몰 ‘담은장’을 통해 게장과 수제 젓갈 등을 판매하며 전체 매출의 20%를 온라인에서 뽑아낸다. 규모는 아직 작아도 매장 매출의 변동성을 받쳐주는 든든한 ‘완충 장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제조 분야로의 확장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다.

윤 대표는 매장에서 고객들이 남기는 잔반의 종류, 특정 소스에 대한 선호도, 식사 중 던지는 가벼운 질문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향미오일이나 수제 젓갈 같은 제품군 역시 이런 현장 피드백이 켜켜이 쌓여 탄탄한 상품성을 갖추게 됐다.

단순한 감이 아닌, 고객의 입맛을 숫자로 읽어내며 브랜드의 영토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유자와 표고를 활용한 향미오일은 차기 전략 상품으로 기획 중이다. 유자 껍질과 생강, 울금 등을 저온 추출해 블렌딩한 이 제품은 현재 매장 메뉴에 적용하며 시장성을 테스트 중이다. 식당 메뉴를 넘어 가공식품 브랜드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포석이다.

윤 대표는 매장을 일종의 ‘브랜드 쇼룸’이라고 부른다.

오프라인에서 맛을 경험한 고객이 온라인 구매로 유입되고 이것이 다시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외식과 제조, 온-오프라인을 정교하게 잇는 작업이다.

결국 미공간이 지향하는 끝점은 지역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이다. 윤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지역 농가의 판로가 넓어지고, 전통시장이라는 오래된 공간에 젊은 활력이 도는 선순환을 꿈꾼다.

한 청년 기업가의 고민이 담긴 게장 한 접시가 단순히 개인의 수익을 넘어, 침체된 지역 외식업계에 새로운 생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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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목표는 남도 식재료를 테마로 한 ‘복합 미식 플랫폼’이다.

단순한 음식 판매를 넘어 지역 특산품 유통과 체험이 결합된 공간으로 키워내겠다는 구상이다. 광주를 찾는 이들이 일부러 발걸음을 하는 ‘목적형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의 중장기 로드맵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외식업계가 유례없는 한파를 겪고 있지만, 미공간은 흔들리지 않는다. 매장의 경험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제조와 온라인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윤재영 미공간 대표는 “광주를 찾는 사람들이 간장게장 하면 ‘미공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작은 식당에 머무르지 않고 남도 식재료의 가치를 담아 지역과 동행하는 식품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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