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파산은 처벌 아닌 재기의 새로운 출발선"

[김성주 초대 광주회생법원장]
3년 늦어진 출범…서남권 전문도산 사법 본격화
낙후된 지역 경제 현실 반영 맞춤 실무준칙 예고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3월 04일(수) 18:12
3일 광주고법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회생법원 개원식에서 김성주 초대 법원장이 법원기를 흔들고 있다.
“회생과 파산은 처벌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재기의 제도적 장치입니다.”

김성주 초대 광주회생법원장은 4일 “경제적 위기에 놓인 개인과 기업의 ‘사회 복귀’를 돕는 전문도산법원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 채무자를 향한 의심과 낙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광주회생법원은 당초 2023년 수원회생법원, 부산회생법원과 함께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정치적 논의 과정에서 개원이 미뤄지며 3년 늦게 문을 열었다. 수도권·동남권에 이어 서남권에도 전문도산 사법체계를 구축하려던 구상이 이제야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그동안 도산 사건은 광주지방법원 파산부가 맡아왔다. 그러나 일부 지역 법인들 사이에서는 ‘광주는 엄격하고 결정이 늦다’는 인식이 퍼지며 서울회생법원을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김 법원장은 “예측 가능성이 낮으면 불신이 쌓인다”며 “판사들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판단 기준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판사 복불복’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도산 재판의 한계를 ‘접근 방식’에서 찾았다. 민사·형사 사건과 병행하는 구조에서는 채무자의 책임을 전제로 출발하기 쉽고, 재산 은닉에 대한 선입견도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법원장은 “경제활동에는 언제든 위험이 따른다. 도산은 범죄가 아니라 경제적 위기의 결과일 수 있다”며 “회생법원은 가정법원처럼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생 제도를 알지 못해 일가족이 숨진 사건과 강력 범죄로 이어진 사례를 언급하며 제도 홍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광주경영자총협회, 신용회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회생·파산 제도를 적극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성주 초대 광주회생법원장은 4일 “경제적 위기에 놓인 개인과 기업의 ‘사회 복귀’를 돕는 전문도산법원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 채무자를 향한 의심과 낙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광주회생법원은 광주지법 관할 사건을 이관받아 운영 중이다. 전주와 제주 지역은 중복 관할로, 당사자가 법원을 선택할 수 있다. 김 법원장은 “전자소송이 정착된 만큼 물리적 거리는 큰 제약이 아니다”며 “전문성과 신속성을 인정받는다면 전북·제주에서도 광주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사건 당사자들에게 전문법원 이송을 안내하고, 새 실무준칙을 공개해 신뢰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실무준칙은 서울·부산·수원 회생법원의 기준을 참고하되, 서남권의 경제 현실을 반영해 조정할 방침이다. 그는 “서울과 지방은 자산 규모와 생활 여건이 다르다. 동일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지역민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3월 말에서 4월 초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법관은 6명으로 출발한다. 김 법원장은 “접수 사건 수를 기준으로 정원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이 늘면 증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초기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철저한 준비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회생에 대해서는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파산으로 가면 일자리와 기술이 사라진다”며 “채권자 보호와 기업 존속이라는 두 가치를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살리는 회생’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면책 이후 경제적으로 회복한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일부를 추가 변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김 법원장은 “채권자와 채무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며 “모두가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상생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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