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목포에서 영화를 만들고 상영합니다"

[남도예술인] 정성우 씨네로드 대표
글쓰기에서 연출로 확장…영화창작단체 결성
불모지서 ‘지역 영화 생태계’ 선순환 흐름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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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지향 시네마MM…관객 주도 프로 ‘눈길’
8월 중 ‘13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앞둬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2026년 03월 05일(목) 18:14
목포 영화창작단체 씨네로드의 정성우 대표.
지난해 씨네로드가 운영한 신진영화인 창작지원 프로젝트 ‘오감동 씨네클럽’의 프로 중 하나인 엠엠큐레이션 시사회 현장. 변민영(앞줄 왼쪽 첫번째), 윤창민(뒷줄 오른쪽 세번째 감독과 관계자 및 시민들.
목포 옥암동 골목을 걷다 보면 아파트 단지와 찻길 사이, 문을 열고 들어서고 싶은 작은 극장이 있다. ‘시네마MM’. 2층 건물 옆 모퉁이에 세워진 작은 입간판이 이곳이 영화관이라는 것을 알린다. 영화 포스터가 붙은 문을 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벽에 다닥다닥 붙은 포스터를 따라 오르면 드디어 작은 상영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형 멀티플렉스도, 번쩍이는 상업 간판도 없다. 대신 이곳에서는 오늘도 영화가 만들어진다. 누군가의 첫 영화가 상영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밤늦도록 영화를 두고 토론한다.

그래서 일까. 불모지였던 목포는 어느새 지역 영화 생태계가 자리잡았다. 관객이 창작자로 성장하고, 다시 극장을 운영하는 주체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생겼다. 신진영화인 창작지원 프로젝트 ‘오감동 씨네클럽’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윤창민씨가 최근 목포아트시네마의 운영자 겸 프로그래머로 활동을 시작한 사례는 이들이 뿌린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다. 이 흐름의 중심에 독립영화관 시네마MM을 이끌고 있는 영화창작단체 씨네로드의 정성우 대표가 있다.

정 대표는 2014년 지역 영화 문화 확산과 제작 교육을 위해 ‘씨네로드’를 결성했다. 지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드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함께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2018년에는 전남 최초의 독립예술영화관이자 시민 주도 거점인 시네마MM을 열었다. 상영과 창작, 토론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씨네로드는 영화로 이어지는 길, 영화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길이라는 뜻을 담는다. 국도1호선은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길로, 지금은 갈 수 없지만, 영화의 길은 경계를 넘었으면 한다는 의미다. 시네마MM의 M에는 ‘Mokpo Movie’, ‘Memory Maker’ 등 여러 의미가 겹친다. 목포에서 영화를 기억하고 시작한다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목포 출신인 그는 학창 시절 글쓰기를 즐겼다. 백일장에서 수상하며 문예창작으로 진로를 설정, 서울로 진학해 학생운동의 끝물에서 과 학생회장을 맡았다. 캠코더를 들고 시위 현장과 학교 행사를 기록했던 경험은 그의 방향을 바꿨다.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웃음) 글쓰기에서 영상으로 확장했고 다큐멘터리를 배우며 ‘기록의 힘’을 알게 됐습니다. 현장을 카메라 너머로 바라보고,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영화는 시대를 증언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한겨레다큐멘터리 제작학교를 수료한 뒤 인권운동사랑방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기록의 태도’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같은 서울 생활은 오히려 고향을 선명하게 했다.

“서울은 자극이 많은 도시였지만, 거기서 제가 어디서 왔는지를 더 또렷하게 느꼈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포는 걸으면서 다닐 수 있는 골목이 많고, 마을마다 특색이 있어요. 바다와 산, 섬 등이 어우러지고 공간마다 가진 장소성이 살아있죠.”

정성우 대표와 지난해 데뷔한 김한나 감독이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홍보하는 모습.
영화제 굿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 대표.
그가 말하는 목포의 매력은 지리와 역사다. 바다와 산, 물과 섬이 가까이 있고,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번성했던 도시의 시간층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선창가와 근현대 골목, 오강천 산책길 등은 그에게 ‘영화적 공간’으로 다가왔다.

그는 목포MBC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상 제작을 배운데 이어 대학 연기영상학과에 편입해 연출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왜 이 길을 놓치고 있었을까’ 싶었어요. 학생들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했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첫 영화인 단편극 ‘콜라의 배신’을 선보인 그는 ‘그 남자의 가방’, ‘문’, ‘불안한 손님’, ‘그곳에 바람이 분다’, ‘너만 보이는 시간’, 다큐멘터리 ‘갈 수 없는 나라’, ‘동학 그시’, ‘오월 남도’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들게 되면서 곧 현실의 벽과 마주했다.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영화 활동을 위해 그는 씨네로드를 결성, 같은 해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시작해 독립영화 흐름의 물꼬를 텄다. 단편 5편으로 출발한 영화제는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국도1호선의 시작이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도로죠. 하지만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잖아요. 처음 이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신의주에서 이 이름으로 영화제를 할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죠. 10년이면 많은 것이 바뀔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그래서 더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생각하게 됩니다.목포에서 시작된 독립영화의 흐름을 중앙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죠.”

정 대표는 시네마MM을 단순한 상영관이 아닌 ‘플랫폼’으로 규정한다. 월 1만원 구독제로 운영하고, 청소년에게는 무료 관람을 제공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창작자와 관객이 만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전제를 둬서다. 국내 최초 민간 공공영화관을 표방한다.

그래서 시네마MM이 ‘사라지지 않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영화를 만든 곳,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받은 공간으로 기억되는 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같은 바람에 한발짝 다가가기 위해 씨네로드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서 노무현재단과 함께 ‘사람사는 세상영화제’를 공동주관했고, 전남다문화융합교육사업단과 ‘국제시민 영화제’를 목포아트시네마와 시네마MM에서 진행했다. 13회째를 맞는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8월 13~17일 시네마MM·목포아트시네마) 준비 또한 한창이다. 올해는 ‘점빵시네마’를 콘셉트로 원도심 빈상가 빈공간을 활용한 커뮤니티시네마를 운영, 이곳에서 전국 영화커뮤니티들이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을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시네마MM에서는 정기 기획전과 청소년 영화 제작 워크숍을, 지역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네트워킹 포럼을 펼칠 계획이다.

끝으로 그는 꾸준한 활동을 약속했다.

“앞으로도 목포에서 영화를 만들고 상영해야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영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성을 갖고 활동할 거예요. 이 공간이 지역 영화의 미래를 비추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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